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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총선과 의정(醫政) 갈등, 보수는 어쩌다 무능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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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계획없이 ‘2000명’ 증원 집착
단계별로 수년에 걸쳐 시행하기를

[논단]총선과 의정(醫政) 갈등, 보수는 어쩌다 무능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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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불통(不通)이다. 선거 기간 내내 ‘x틀막’ 정부라고 덧씌워져 조롱거리가 되며 야당의 가장 큰 공격 대상이었다. 국정 주요 이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불편한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내용뿐 아니라 소통 형식도 문제다. 공개된 실시간 대국민 회견은 없고 기껏 지정한 언론사를 통해 사전 녹화된 영상을 내보낼 뿐이다. 홍보라인이 무능한 건지 대통령이 안 듣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트라우마를 의심할 정도이다.


불통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세력이 너무 무능하다는 것이다. 총선 기간 내내 언론을 장식한 의대증원을 둘러싼 갈등을 지켜보면 무능을 잘 대변하고 있다. 뒤늦은 담화에서 2000명에 대해 깊은 검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초기에는 2000명은 의료개혁의 충분조건이라고 주장하며 물러설 수 없다고 이를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전공의나 의사들을 겁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인구 대비 의사 수를 비교하면 2000명은 최소 증원이라는데 설득력이 약하다. OECD 대비라는 것이 환경적인 요소를 충분히 짚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10㎢당 의사 수는 12.1명으로 세계 3위에 해당한다. 또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3으로 일본(13.1)에 이어 세계 2위로 OECD 평균(4.7)보다 월등하게 많다. 여기에 20% 정도의 한의사가 존재하며 의사들, 특히 전공의들의 근무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현재의 의료보험제도가 의료시장을 왜곡시키며 의료의 과잉 수요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여러 요소를 고려해 예를 들어 왜 1750명은 안 되고 2000명이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웃픈' 것은 2000명을 발표한 후에 각 대학에 희망 증원 수를 신청받은 사실이다. 각 대학은 얼마나 증원이 필요한지, 교수 인력, 교육 시설,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없이 정작 의대에서는 우려를 표하는데도 대학 행정 담당자들이 서로 나서 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앞다투어 신청했다. 더구나 교육부는 필요한 예산을 조사하다 교수요원 1000명을 뽑겠다며 뒤늦게 나섰다.

아무리 의료개혁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 해도 애초에 치밀함이 부족하다. 세상 모든 일은 좋은 뜻과 명분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 개혁의 목표가 뚜렷해야 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여러 수단들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개혁에 연관된 집단(stakeholder)들과의 충분한 토론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재에 해당할 텐데 왜 이렇게 일을 못 할까 의아스럽다. 좀 더 들여다보니 시시비비를 가리고 연구하고 가르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손에 피를 묻히며 큰일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침마다 방송에 나와 겁박하는 것으로는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키는 국가적인 일을 할 수 없다. 기업의 임원이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일을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했으면 당장 퇴출당했을 것이다.

전국적인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확대할 것인지, 치명적 질병의 치료 능력을 키울 것인지, 바이탈의사를 늘릴 것인지, 의과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다른 과학 기술 발전과의 균형은 어떻게 이룰 것인지 좀 더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단계별로 수년에 걸쳐 추진하기를 권한다. 의료 전달체계 상의 불합리를 해소할 수 있는 혁신도 병행해야 한다.

도덕적 우위에 있어야 할 진보는 도덕적이지 않고, 더 능력이 있어야 할 보수는 무능력함에 국민의 속은 타들어 간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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