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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2%이자, 100만원 입금 했다면…" 경제 모르는 한국 노인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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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경제 이해력 수준 조사하니
국민 평균은 여전히 '50점대' 저조
70대는 46.8점…모든 연령서 꼴등

당신의 경제·금융 이해력은 어떠하십니까. 아래 문제를 풀어보세요.

수수료와 세금이 없으면서 연 2% 이자를 보장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있다. 100만원을 입금한 후 추가로 입·출금 하지 않았다면 1년 뒤 계좌에는 얼마가 남아있나?
답:
높은 인플레이션은 생활비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그렇다
2. 아니다
3. 모르겠다
당신은 100만원을 선물로 받았다. 이 돈은 1년 뒤에 받는다.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은 3%를 유지한다. 1년 후에 받을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지금 돈을 받아서 살 경우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나?
1. 지금보다 더 많다
2. 동일하다
3. 지금보다 더 적다
4. 물건 종류에 따라 다르다
5. 모르겠다

어떠신가요? 쉬웠나요, 어려웠나요. 세 문제는 2020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국민들의 금융이해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경제이해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국민의 경제이해력은 50점대였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국력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특히 노인들의 경제이해력이 아주 낮았습니다. ‘돈 잘 버는 게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데, 정작 돈 버는데 필요한 경제이해력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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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우리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경제이해력을 조사했습니다. 18살 청소년부터 79세 노인까지 설문에 응답했는데, 평균 점수는 58.7점이었습니다. 2021년보다 2.4점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60점에 못 미치는 아주 낮은 성적이었습니다. 20대와 30대는 각각 61.9점과 63.8점으로 비교적 점수가 높았지만, 60대가 53.6점, 70대의 경우 46.8점으로 점수가 저조했습니다.

"기준금리 영향이 뭔데?"…국민 33%는 경제 모른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국민이 적은 걸까요? 전혀 아닙니다. ‘평소에 경제 이슈에 관심을 가지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한 국민은 40.1%에 달했습니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국민 21.8%보다 두배 가량 많았죠. 그런데 경제를 이해하는 정도는 딴판이었습니다. 경제를 잘 ‘모른다’고 대답한 국민은 33.1%로 나타났습니다. 경제를 ‘안다’고 대답한 국민 17.1%보다 2배나 많았습니다. 경제에 관심은 있는데, 정작 잘 아는 사람은 적다는 뜻이죠.


어려운 문제를 냈던 것도 아닙니다. 사실 ‘수요와 공급’처럼 경제이론을 묻는 문제의 정답률은 79.2%로 문항 중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오히려 자주 들어보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냈던 질문의 정답률이 낮았죠. 점수가 가장 낮았던 문항은 ‘기준금리’였습니다. 한국은행이 유례없이 높은 기준금리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여파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적었다는 뜻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정기예금의 정답률 역시 37.1%로 낮았고요. 근로계약(43.1%), 온라인 거래(48.8%), 세금(49.3%)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정규교육과정에서부터 제대로 경제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대학을 잘 가기 위해 입시 위주 교과목으로 수업을 편성하니, 초·중·고등학교에서 경제교육이 원활하지 않다는 겁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4890명입니다. 전체 응시자의 1.1%뿐이죠. 2007년도 수능 때는 16%에 달했지만, 난도가 높아 점수를 받기 어렵다며 많은 학생이 외면하는 과목이 됐습니다.

경제 알고 싶어도, 배울 곳 없는 한국
"年2%이자, 100만원 입금 했다면…" 경제 모르는 한국 노인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원본보기 아이콘

정보 부족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방우리 기재부 경제정책팀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경제를 잘 모르는) 주된 이유로 정보의 부족을 꼽았습니다. 학교 밖 경제교육을 받아본 비율이 응답자의 4%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이해력이 가장 낮았던 노년층의 경우 아직도 경제 지식을 얻는 창구가 TV인 것으로 나타났죠. 즉 우리 국민들은 경제를 알고 싶어 하는데,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플랫폼이 없다는 겁니다. 정부에서 오는 6월 경제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과 달리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민의 경제금융 교육을 중점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금융소비자학회와 보험연구원 공동 학술대회에서 미국과 영국의 교육 현황이 소개됐습니다. 영국은 2030년까지 200만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의미있는 금융교육’을 받도록 교육 체계를 뜯어고치고, 500만명 이상이 충분한 경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합니다. 영국 중앙은행도 학교 금융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수업계획서까지 제공해주죠. 성인들도 영국의 ‘머니 헬퍼(Money Helper)’ 제도를 통해 교육뿐 아니라 부채, 연금 등의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역시 교육위원회가 국민들의 금융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국가전략으로 수립했습니다. 2003년부터 관련법을 만들었는데, 올해 기준으로 앨라배마주를 포함한 25개 주에서 졸업 조건으로 ‘금융과목 수강’을 내걸고 있습니다. 성인들은 미국 금융보호국(CFPB)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주, 선생님, 부모 등 본인의 지위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받고요. 주택구매 방법, 비상금 마련법, 학자금 관리법, 세금 보고 대처법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을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현명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경제 공부'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 사진=예일대학교.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 사진=예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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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왜 경제를 잘 알아야 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 교수는 경제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경제 정보와 마주친다. 이 중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정보의 유용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이 필요하다. 그 능력을 제공하는 게 경제교육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매번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죠. 내가 쓰는 생활비가 적당한 건지, 여유자금을 예금계좌에 두는 게 옳은지, 지금 카페를 창업하는 게 좋을지, 노후를 위해 연금을 얼마나 부어야 할지, 은행원이 제안하는 파생상품에 가입해도 되는 건지 말이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경제를 배워야 합니다. 현명한 선택이 더 자주 이어질 때 우리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테니까요.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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