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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최초로 노벨상·아카데미상을 석권한 작가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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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최초로 노벨상과 아카데미상을 모두 받은 인물이다. 2016년 가수 밥 딜런(2001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노벨상과 아카데미상을 모두 받은 사람은 버나드 쇼가 유일했다.


버나드 쇼는 1856년 7월26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성악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음악, 오페라, 미술 등 다양한 예술을 접했다. 1879~1883년에 쓴 소설 다섯 편이 모두 출판을 거절당하자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36세였던 1892년 첫 번째 작품 '홀아비의 집'을 런던에서 초연했고 평생 60편이 넘는 희곡을 썼다.

감상적인 멜로드라마가 유행했던 낭만주의 시기를 지나 버나드 쇼가 활약한 빅토리아 시대에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문학에서 다뤄졌다. 버나드 쇼도 당대의 경제, 정치, 사회, 종교적 문제를 다룬 작품을 썼다. 그는 영국의 사실주의 현대극을 확립하고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나드 쇼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에게서 큰 영향을 받아 입센의 극을 분석한 책 '입센주의의 정수'를 출간하기도 했다.


버나드 쇼는 극작가로 활동하기 전인 1880~1890년대 다양한 매체에서 음악, 미술, 연극 분야의 평론가로 활약했다. 1882년 미국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강연을 듣고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을 읽은 뒤 경제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883년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심취했고 1884년에는 점진적 사회주의를 표방한 페이비언협회에 가입했다. 런던 세인트 팬크라스의 시의원으로 정치 활동도 했다. 히틀러와 스탈린, 무솔리니 등을 찬양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버나드 쇼는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1939년에는 영화 '피그말리온'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신화 속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런던의 상류층 음성학자 히긴스가 꽃 파는 거리의 소녀 일라이자의 거친 말투를 교정해 상류사회에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제목으로 1956년 뮤지컬, 1964년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1990년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귀여운 여인'의 모티브가 됐다.

버나드 쇼는 25세였던 1881년부터 확고한 채식주의를 고수해 94세까지 살았다.


'버나드 쇼의 문장들'은 버나드 쇼가 남긴 말과 그의 작품 속 대사를 통해 그의 삶을 반추한다.

[책 한 모금]최초로 노벨상·아카데미상을 석권한 작가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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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공동체 전체에 속해 있으므로, 내가 사는 동안 공동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은 내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죽기 전까지 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써버리고 싶다.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충만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삶 자체를 즐긴다. 나에게 삶이란 '잠깐 타고 마는 촛불'이 아니다. 삶은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빛나는 횃불과 같다. 나는 그것을 미래의 세대들에게 넘겨주기 전에 되도록 밝게 타오르게 하고 싶다(25쪽).


나는 전혀 냉소적인 사람이 아니다. '냉소주의자'가 인간의 타고난 선함을 믿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면 말이다. 나는 또한 비관론자도 아니다. '비관론자'가 인간의 덕성이나 삶의 가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을 뜻한다면 말이다(33쪽).


나에게 특별한 단 하나의 목표는 따뜻한 감정들을 등한시하는 것이다. 그것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해나가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냉정한 가운데 다정할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다. 감상적일 때는 누구나 다정할 수 있다(33쪽).


미국인들은 나를 무척 좋아하고 앞으로도 죽 그럴 것이다. 내가 그들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줄 때까지는(47쪽).


내 인생의 과업은 아일랜드에 국한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블린에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내 아버지가 곡물 거래소에 가야 했던 것처럼 런던으로 가야 했다. 런던은 영어의 문학적 중심지이자, 영어의 왕국(나는 그곳의 왕이 되고자 했다)이 제공할 수 있는 예술적 문화의 문학적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이제 런던에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인 나를 보도록 하자. 나는 외국인, 즉 아일랜드이었다. 당시 영국의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일랜드인은 외국인 중에서도 가장 낯선 외국인으로 여겨졌다. 이제 곧 보게 되겠지만 나는 무식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은 영국의 대학 졸업자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들이 아는 것은 내가 모르거나 믿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촌뜨기였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내가 런던 사회에 받아들여지거나 용인되기 위해서는 런던의 정신을 바꿔놓아야 했다(56~57쪽).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내일이면 모두가 이야기할 것이다. 누가 자기들 머릿속에 그것을 주입했는지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사실 당연한 일이다. 나도 누가 내 머릿속에 그런 것들을 주입하는지 알지 못하니까. 그런 게 바로 '시대정신(Zeitgeist)'이다(68쪽).


흥행이 보장되는 희곡을 쓰는 법을 알려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요? 나는 앞으로의 10년도 지금처럼 계속 써나갈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극적으로 달라진 대중 덕분에 황금밭에서 뒹굴 날이 오지 않을까요(79쪽).


육식을 하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63세다. 나는 곧 85세가 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일한다. 나는 이미 살 만큼 살았고, 이제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다. 비프스테이크 한 조각만 먹으면 바로 죽을 수 있겠지만 그것을 삼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두려운 것은 영원히 사는 것이다. 이것이 채식의 유일한 단점이다(90쪽).


세상에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사람들과 세상을 모두에게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게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118쪽).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이 힘을 갖게 되면 권력을 타락시킨다(133쪽).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너무 바빠서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157쪽).


자본주의는 권력이 받쳐주는 자기 이익 외의 모든 효과적인 힘에 대한 믿음을 파괴했다(177쪽).


평화는 전쟁보다 좋은 것이지만, 평화를 지키는 것은 전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상심의 집' 서문, 185쪽)


버나드 쇼의 문장들 | 조지 버나드 쇼 지음 | 박명숙 옮김 | 마음산책 | 348쪽 | 1만6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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