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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너 자신을 알라"는 '외계+인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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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준열 연기 얼치기 도사 '무륵' 성장담
인연·자아 성찰로 각성, 세상 구할 초인으로

'외계+인' 1부에서 무륵(류준열)은 자장(김의성)에게 공격받아 의식을 잃는다. 관에 갇힌 채로 강에 버려진다. 그는 물속에서 깨어난다. 덮개를 박차고 나와 한 소년(김민준)을 마주한다. 어린 이안(최유리)의 신검을 찾아주러 강에 뛰어들었던 10년 전 자신의 환영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회수하는 순간 입버릇처럼 떠들던 허풍은 현실이 된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개울가의 물안개를 잡아보신 적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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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에도 나오는 대사다. 이야기를 듣던 노인이 "아, 도술이 그런 건가? 물안개를 손으로 쥐는 거?"라고 묻자 헛웃음을 친다. "그저 내 손을 집어넣으면 무엇이 손이고, 무엇이 안개인가. 나와 물안개가 하나인 경지에…." 그러나 아궁이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손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무륵은 '얼치기 도사'라는 오명을 쓴다. 죽을 고비를 넘긴 뒤는 다르다. 어렵지 않게 물안개를 한 움큼 거머잡는다. 경쟁하고 대립하고 투쟁할 기운을 느낀다.

'외계+인' 2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인지한 무륵이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일련의 과정은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아 성찰로 나타난다. 계기는 새로운 인연에서 느끼는 끌림. 류준열은 "알고 보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끌림 속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곤 하잖아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처럼 헤어진 사람과 재회하기도 하고요. 인생이란 그렇게 인연을 맺으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무륵의 자기 탐구는 혼란의 연속이다. 예컨대 무언가를 확신하는 감정은 진실의 실제 속성과 완전히 별개다. 이성적 능력과는 전혀 다른 뇌 영역에서 경험한다. 직관적으로 확신하고, 이성을 사용해 그것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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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인간의 본질이다. 우주에서 가장 섬세하고 복잡한 존재일 수 있지만 잘못된 가정, 인식,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그걸 알지만 자기 생각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충분히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이들이 혼란스럽고, 독단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자신은 올바른 믿음을 찾았으며 명확하게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고 믿는다.

류준열은 "배우로 활동하며 비슷한 혼란을 여러 번 겪었다"고 고백했다. "타인이 저를 치켜세우면 으레 겸손한 태도를 보이게 되잖아요. 가끔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해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이게 전부가 아닌데….' 반대로 무언가를 잘했다고 어필해야 할 때도 있어요. 주저리주저리 말하면서도 정반대되는 생각을 하곤 하죠. '솔직히 내가 이 정도는 아닌데. 아직 갈 길이 먼데….' 무륵을 연기하며 그런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어요.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배역인 셈이죠."


무륵의 각성에는 강력한 외부 요인이 개입한다. 하지만 자기지배의 열쇠를 움켜쥔 건 여전히 그 자신이다. '외계+인' 1부에서 이룬 인지 발달에 힘입어 독립적 주체로 성장해 있다. 최동훈 감독은 그렇게 배가된 힘을 세계를 구원할 동력으로 내세운다. 미래의 재앙과 위험이 인지적 자기지배의 결함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지적대로다. "악행의 상당수는 자신이 매우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자들이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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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학살, 테러 행위의 대부분은 가해자들이 비판적 능력과 지혜를 갖추지 못해 발생한다. 근원은 편향된 신념과 그것에 대한 엄청난 확신이다. 근거 없는 이데올로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정확한 판단이나 성찰이 불가해 근시안, 어리석음, 타락으로 빠져버린다.


'외계+인' 1·2부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다. 인간의 머릿속에 자리한 외계인은 하나같이 죄수들이다. 인간은 그들의 초인간적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대다수는 유무조차 알지 못한다. 무륵은 이안(김태리)과 뜻을 함께하며 정해진 목숨 혹은 처지를 거부한다. 자아 성찰을 통한 각성으로 '외계+인'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바로 운명을 거스르는 주체적 인간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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