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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美공화당, 트럼프체제서 권위주의 퇴보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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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美공화당, 트럼프체제서 권위주의 퇴보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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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미 동맹국들의 지정학적·경제적 질서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뉴욕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내린 4억5000만달러짜리 판결은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 판결은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러시아로부터 공격받아도 된다는 전직 대통령의 선언을 뉴스 사이클에서 사실상 완전히 밀어내 버렸다.


오직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진 질서가 끝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이 이로 인해 빨리 사라질 수 있다. 만약 다른 미국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면 워싱턴은 물론,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는 경련을 일으켰을 것이다.

나토는 회비를 걷는 단체가 아니라 방위비 지출 수준을 약속하는 집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방위비 지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손아귀에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공화당원이 권위주의적 민족주의(authoritarian nationalism) 궤도에 빠져든 것은 아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훨씬 뒤지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UN) 대사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 이후 푸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공화당 대다수는 이념적 모순에 익숙해져 있어서 헤일리 전 대사의 입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만 강조할 것이다.


무장된, 기독교 민족주의적 순응을 확산시키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피비린내 나는 캠페인이 바로 새로운 공화당의 기조다. 이는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이,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통과된 미국의 우크라이나 긴급 지원 패키지를 막아온 이유다. 이전 시대의 공화당이었다면 전적으로 지지했을 전쟁임에도 이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죽어가는 동안 자금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서 바로 공화당의 인종차별이 드러난다. 현재 공화당 내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부족하다. 7년 전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 사망 후 공화당원들이 보인 중국에 대한 반발과 비교해보라. 과거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공화당)은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의 주소를 ‘류샤오보 플라자 1번지’로 바꾸는 것을 추진했는데, 텍사스트리뷴은 의원실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를 ‘주요 우선순위’라고 평가했다.


짧게 말해 푸틴 대통령은 반체제 인사 탄압에 대한 면죄부를 얻었지만, 중국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당)이 틱톡의 최고경영자(CEO)인 추 쇼우즈를 질타하는 장면에서도 이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예산이 너무 많다고 지원안을 반대한 코튼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해당 지원 규모를 3분의 1 수준으로 삭감한 이후에도 여전히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맥락에서 크루즈 의원은 홍콩에 있는 동안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편에 섰지만, 이들이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은 폐기했다.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그의 성명은 푸틴 대통령을 유력한 가해자로 지목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 정권은 미국의 약점을 유화적으로 해석하고, 최근 몇 년간 억압을 확대해왔다"고 말함으로써 나발니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돌렸다.


그러나 공화당에 있어 중국을 겨냥한 공격은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기에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줄수록 관계 강화를 위한 양국의 경제적 유대는 확대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그토록 노골적으로 갈망하는 푸틴 대통령과의 동맹을 꾸며내지 않는 한, 그들은 중국과 복잡한 삼각관계에 갇히게 된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못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이미 대만을 나토 동맹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앞서 대만이 어떻게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빼앗아 갔는지"에 대한 불만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우크라이나와 대만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만의 진보적이고 민주적이며 기술적으로 발전한 사회는 새로운 미 공화당이 맞서고 있는 모든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에 전하고자 하는 녹다운 펀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여전히 권위주의자들에게 맞설 용의가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두고 다수 의원이 보여준 결의를 모아야만 한다.


로버트 델라니 SCMP 북미 지국장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Can US Republicans stop party’s authoritarian drift under Trump? 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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