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차환해야할 PF 단기유동화증권 10조
10월 말 차환 규모 3조 넘어
코로나 ELS 마진콜 가능성은 적어
3분기 ELS 발행규모 31% ↓
韓·美 중앙은행, 11월 금리인상 예고
주가 폭락하면 ELS도 리스크 커질 듯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증권업계가 강원도의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이슈에 ‘텐트럼’(긴축 발작)을 겪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유동화증권 매입확약에 발목이 잡혀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한 달 동안 자금 경색이 정점에 달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PF ‘매입확약’, 자금경색 부메랑으로= 21일 나이스신용평가 집계에 따르면 11월까지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하거나 매입보장을 제공한 PF 단기유동화증권 차환 발행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달 18일 이후 2주 동안 차환 발행해야 하는 유동화증권 규모만 3조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단기유동화증권에 투자할 투자자가 없어 대부분의 단기유동화증권을 증권사가 떠안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단기금융 시장 금리가 폭등하면 차환 발행해야 하는 PF-ABCP를 매입약정에 따라 증권사가 모두 떠안아 인수하고 있다"면서 "물량이 워낙 많아 단기 유동성을 계속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형 증권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율은 35%, 중소형사는 50%에 달한다. 부동산 PF 관련 매입확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H증권사, D증권사, D증권사, S증권사 등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보다 신용이 높은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거부했던 '레고랜드 ABCP' 여파로 투자자들이 PF ABCP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분위기"라며 "상황이 지속되면 증권사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악몽, ELS 마진콜 우려는 아직…11월 위기 정점 예상=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LS 발행 금액은 7조91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하락장에 들어서자 ELS 발행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당시 증권사들은 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금융위기를 겪을 뻔했다. ELS와 같은 파생상품은 주로 대형 증권사들이 활발하게 판매하는데, 대부분 자체적으로 헤지한다. 자체 헤지의 경우 증권사가 직접 해외 선물이나 옵션 상품에 자금을 넣어 상품을 운용하고, 해외 거래소에 일정 비율의 증거금을 내야 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해외 거래소들이 증권사에 대규모 증거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제시한 조건은 ‘달러화’였다. 이에 일부 대형 증권사는 하루 1조원이 넘는 마진콜을 받는 등 자금 마련을 위해 단기채권 매각에 나섰다. 이로 인해 금리가 오르며 단기자금 시장의 신용 경색 우려가 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 발행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해 장외 파생상품 마진콜에 따른 유동성 위험은 아직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면서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단기금융시장 자금 경색과 더불어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위기감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을 보면 전일(20일) 91일물 CP 최종호가수익률은 4.10%를 기록했다. 한 달 전(9월20일) 3.13%보다 97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11월 미국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면 일부 건설사 등은 어려움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건설사, 금융사 등의 신용등급 하향이 시작되고 단기자금 시장에서 어려움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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