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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도입하면 빅브라더 시대온다?’..한은“거래내역 파악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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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용 CBDC 활용성 테스트 본격화
美선 CBDC 두고 개인정보 수집 우려
한은 "거래내역 알 수 없고, 필요도 없어"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실제 예금·결제에 활용하기 위한 실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CBDC 시대가 한층 가까워졌다.


CBDC가 실생활에 도입되면 거래의 안정성·투명성이 높아지고 각종 산업의 혁신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개인의 금융·거래 활동을 확인하고 통제하는 '빅브라더 시대'를 앞당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화폐 도입하면 빅브라더 시대온다?’..한은“거래내역 파악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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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과 정부는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BDC 활용성 테스트에 나서기로 했다. 테스트는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진행된다.


이번 테스트는 개인이나 기업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범용(retail) CBDC'가 아닌, 금융기관 사이 자금 이체 거래와 최종결제 등에 활용되는 '기관용(wholesale) CBDC'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활용 방법 무궁무진한 예금 토큰

큰 맥락을 살펴보면, 한은은 은행이 예금 등 금융채무의 일정 비율만큼 한은에 납입하는 지급준비금 중의 일부를 테스트 참여 은행에 한해 기관용 CBDC로 전환해줄 예정이다.

한은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해당 은행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으로 '예금 토큰'을 발행하게 된다.


이 예금 토큰은 일반 예금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다.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예금 토큰을 받은 개인(예금주)은 이걸로 물건을 사거나 다른 사람에게 계좌이체도 할 수 있다.


예금 토큰은 디지털 화폐인 만큼 중개기관 개입이 적어 카드 결제에 비해 수수료가 매우 낮다. 물건 판매자도 대금을 실시간에 가깝게 수령(신용카드 결제는 통상 3영업일 이후 카드사로부터 입금)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금 더 저렴하고 편리한 결제 방식에 불과하지만, 예금 토큰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그래밍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예금 토큰으로 주면 특정 품목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고, 기관이나 업체에 기부금을 맡길 때도 자신이 설정한 조건을 충족한 곳에만 전달되게 할 수 있다.


한은은 앞으로 기관용 CBDC를 활용하는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민간에서 보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월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방출된 자금들을 호송차에 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월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방출된 자금들을 호송차에 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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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이지만 개인 거래 '감시·통제' 우려도

또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활용 분야는 재난지원금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나눠줄 때 은행 예금 토큰으로 주면 당초 목적에 맞게 저축이 아닌 소비에 사용되도록 조건을 걸 수 있고,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품목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정부나 중앙은행이 개인의 금융, 거래 활동을 감시·통제하는게 쉬워진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실제 CBDC 도입을 논의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디지털 화폐 도입에 따른 '감시 사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에서는 최근 연방준비제도(Fed)가 CBDC를 개인에게 직접 발행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Fed가 개인의 금융 활동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차단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김소영 금융부위원장(가운데)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왼쪽부터), 김 부위원장,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위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소영 금융부위원장(가운데)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왼쪽부터), 김 부위원장,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위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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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은은 예금 토큰의 경우 중앙은행이 개인에게 직접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계좌를 통해 발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나 한은이 개인의 거래 내역을 모두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개인을 대상으로 계정을 개설해 지급하는 '범용 CBDC'의 경우 빅브라더 이슈가 있을 수도 있으나 한은은 아직 범용 CBDC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현금이 아닌 예금 토큰으로 주면서 특정 조건을 걸고 싶으면 그 프로그래밍 조건만 은행에 주면 된다"며 "그럼 어차피 지원금은 그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인의 거래 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과 정부는 CBDC 활용성 테스트 과정에서 사용자 보호 조치도 만들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지급결제 테스트이기에 개인정보 문제와 타 이용자의 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거래기록 암호화, 접근 권한 등에 대한 기술적 조치, 이용자 재산권과 관련한 은행의 설명 조치 등 충분한 이용자 보호 조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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