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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오픈AI의 위선, 머스크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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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압박에 초기 목표 잃어버려

[블룸버그 칼럼]오픈AI의 위선, 머스크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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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에픽 트롤(다른 플레이어를 고의로 놀리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머스크가 지난달 29일 오픈AI에 제기한 소송은 인공지능(AI) 기업의 인도주의적 태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머스크는 AI 기업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를 고소했다. 올트먼이 '인류의 이익을 위해' AI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오픈AI 설립 협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여전히 웹사이트에서 그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머스크는 헛소리라고 말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사실상 오픈AI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폐쇄형 소스(클로즈드 소스) 자회사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말이 옳다. 다만 먼저 머스크가 왜 소송을 제기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머스크는 예민하고 앙심을 품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과거 경쟁 AI 회사 딥마인드에 투자했다가 인수에 실패한 뒤 몇 년간 딥마인드 설립자 데미스 허사비스를 흉봤다. 오픈AI에 투자하다 인수하려 했지만 거절당하자 AI 회사'X.ai'를 창립했다.


그러니 머스크가 제기한 법률적 문제를 걸러 들어야 한다. 오픈AI에 한 방 날리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소송은 세계 최고의 AI 회사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들 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AI 잠재력을 활용하겠다고 약속하며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거대기술기업(빅테크)의 영향 아래 놓인다.

'유럽판 오픈AI'라 불리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이 그 예다. 미스트랄은 챗GPT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AI 모델을 만들었다. 특히 오픈소스로 만들어서 누구든 컴퓨팅 리소스만 있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치열한 독립'과 '개방적이고 이식 가능한' AI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심지어 자사 제품을 불법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데 사용되는 토렌트 사이트에 올려놓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 미스트랄은 최신 AI 시스템은 비공개 소스라고 발표했다. MS 애저 클라우드 고객만 이를 이용할 수 있다. MS는 미스트랄에 1600만달러(약 213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지금까지 미스트랄이 유치한 5억달러(약 6655억원) 투자액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규제 당국의 주의를 끌기에는 충분하다. 당초 10억달러(1조3310억원) 규모였던 MS의 오픈AI 투자는 결국 130억달러(약 17조원)까지 확대됐으며, 전체 지분의 49%에 달한다. 또한 앞서 머스크가 고소한 내용의 핵심은 오픈AI가 빅테크에 항복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2015년 오픈AI를 설립했다. 올트먼에 따르면 이는 AI의 이점을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인류에게 제공하고, 세계가 매년 더 풍요로워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수년에 걸쳐 오픈AI는 더 비밀스러워졌고, 기업 구조는 복잡해졌다. 이 과정에서 MS는 오픈AI의 수혜자가 됐다. MS 경영진은 지난해 AI 제품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0억달러 사업'이 될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구글의 AI 사업부 딥마인드도 비슷한 길을 택했다. 딥마인드는 14년 전 암을 치료하고,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AI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수년 동안 딥마인드는 웹사이트에 굵은 글씨로 '과학을 발전시키고 인류의 이익을 위해' AI를 만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구글에 인수됐고, 최근 생성형 AI 경쟁 열기 속에서 딥마인드의 홈페이지는 제미나이 같은 제품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질병을 치료하고 모든 사람을 부유하게 만든다는 목표는 모순되게도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을 수 있는 빅테크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가려져 있는 듯하다.


미스트랄과 같은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다. 더 강력한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빅테크만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트랄 대변인은 회사의 파트너십에 대해 "개방성에 대한 타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스타트업의 통과 의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된 이들 스타트업의 이상은 이후 상장 또는 인수를 거치면서 약화한다. AI 시스템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잘 짜여 있는 상황에서 위험은 더 크다. 한 예로 영국 의회 의원들은 대중으로부터 받는 피드백을 요약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 중요한 결정에 널리 사용되는 도구가 불투명한 소수 과점 기업에 의해 통제돼서는 안 된다. 미스트랄마저 결국 이러한 상태로 전환된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만약 머스크의 소송이 효과가 있다면 AI 기업들에 그들의 발전 방향에 솔직해지도록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머스크의 소송은 올트먼이 오픈AI에서 더 이상 인류에 이익을 가져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해고할 수 있는 비영리 이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후 돌아온 올트먼은 그를 해고했던 일부 이사들을 회사에서 내쳤다. 이는 오픈AI의 사업상으론 좋은 일이지만, 선의의 목표를 위해서는 배신일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처럼 임금님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벌거숭이"라고 말한 머스크가 옳았다.


파미 올슨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Elon Musk Is Right About OpenAI’s Hypocrisy'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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