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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황금기 저무는 '편의점 왕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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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새 매장수 3배 포화상태
기차, 병원 안 심지어 편의점 앞 편의점도

[블룸버그 칼럼]황금기 저무는 '편의점 왕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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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편의점은 '콘비니(conbini·편의점의 일본식 명칭)'로 불릴 만큼 현지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다. 또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수만 개의 틱톡, 유튜브 콘텐츠로 사용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일본 편의점의 독특한 제품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특히 콘비니는 3년 전 도쿄 올림픽 당시 코로나19로 식당 이용이 불가능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핫도그나 먹어야 했던 기자들에게 고급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 장소였다.


누구나 오피스 빌딩이나 병원, 그리고 기차 안에서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한 편의점 바로 맞은 편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있는 것조차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편의점의 성장성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다. 이제 일본의 거대 통신회사인 KDDI가 미쓰비시와 손잡고 편의점 프랜차이즈 로손을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듯 말이다. 지난 10년간 경쟁사인 패밀리마트가 소규모 체인점을 인수하고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시장 선도업체 지위를 두 배로 높이면서 로손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로손은 편의점 3사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점포들은 이 구조가 점점 더 확고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업계 합병으로 마이너 플레이어들은 시장에서 밀려났다. 이는 2015년 서클K와 선커스 체인을 인수한 패밀리마트가 주도한 것으로, 앞서 에이엠피엠의 일본 사업부를 인수한 패밀리마트는 2위로 도약에 성공했다. 도시락 상자에 갓 지은 밥을 선보이는 스리에프와 포플러와 같은 소규모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둘 다 로손에 부분적으로 흡수됐다.


이는 그만큼 편의점 사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규모의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 더 이상 담배와 오래된 빵 한 선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는 이제 편의점에서 모든 것을 기대한다.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일본의 편의점은 일반 코너마켓을 뛰어넘어 방문객들에게 집착의 대상이 됐다.

나 자신도 일종의 콘비니 감식가다. 20여년 전 내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주류 면허 제한법으로 많은 편의점에서는 주류조차 판매하지 않았다. 이제 시부야에는 유명한 프라이드치킨과 칵테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바가 있는 패밀리마트가 있다. 이 제품은 주요 체인점이 따뜻한 음식 제공을 개선하면서 2006년에 출시된 제품이다.


나는 세븐일레븐밖에 없던 히로시마의 시골 마을에 패밀리마트가 생긴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세븐일레븐이 도넛을 팔기 시작하자 그곳을 방문했다.(나는 도넛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도넛을 좋아하지 않았고, 실험은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다만 다른 출시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몇 년간 고객 유치 경쟁에 휩싸인 체인점에서는 저렴하면서도 기분 좋은 100엔의 신선한 커피부터 유명한 파티세리 셰프가 총괄한 고품질 디저트까지 모든 것을 추가했다. 겨울에는 치즈나 교자로 속을 채운 돼지고기 찐빵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갈증을 해소해주는 냉동 과일 스무디나 프라페 음료를 맛볼 수 있다.


그건 단지 칼로리가 높은 간식이 아니다. 편의점은 일본인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소규모 상점이 사라진 농촌 지역에선 생명줄이기도 하다. 낮에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늦은 밤에는 약국이 되며, 관광객이 볼 수 없는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지탱한다. 심지어 세금이나 전기 요금을 지불하는 곳이자 쉽게 소포를 보내는 곳이다. 힘들게 시청을 방문하는 대신 취업 지원을 위한 정부 문서를 신속하게 인쇄할 수 있다. 최근 노토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식량과 물을 공급하는 중심지가 된다. 최근 피해 지역의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자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KDDI의 로손 인수전과 같은 인수합병(M&A) 계획이 2020년 이토추사의 패밀리마트 인수전을 뒤따르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두 체인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전자 결제를 개선하는 데 투자하며, 무엇보다도 지난 30년 동안 매장 수가 3배로 증가한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세 개의 체인점 모두 점점 더 빡빡해지는 일본의 인력 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은 오픈 시간을 줄여야만 하는 이유다. 성장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의 황금기가 이미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대안은 서비스를 줄이는 것이지만 완벽에 집착하는 현지 고객들은 그러한 움직임을 의심하기로 악명이 높다.


세븐앤아이의 이사카 류이치 최고경영자(CEO)가 목표로 삼은 일본 편의점 경험을 해외로 가져가는 것이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이사카가 틱톡커들과 마찬가지로, 이 콘비니의 신선식품 경험이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이는 해외에서의 도전이며, 일본에서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현지 식품 생산자, 공급망 및 인프라를 재창조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심지어 시장 선두 업체도 이를 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븐일레븐처럼 미국 프랜차이즈로 시작된 로손이 공공 시장에서 벗어나 다시 힘을 모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편의점이 현재의 형태로 생존하거나 지속적으로 개선되려면 경쟁과 투자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게로이드 라이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re Are Clouds on the Horizon in Japan’s Conbini-Land'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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