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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시간 혹사에 청소·운전까지"…'대학원 노예' 중국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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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생들 노예처럼 부린 북경대 조교수 파문
"원생 '값싼 노동자'처럼 부리는 문화 있어"

중국 한 대학에서 연구원들을 매일 10시간 가까이 혹사시킨 '갑질 교수'가 고발당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현지시간) 중국 명문 북경대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의 사연을 조명했다. 그는 최근 자신을 비롯한 연구실 동료들을 '갑질'한 교수인 정펑씨를 고발해 주목받은 바 있다.


A씨는 무려 23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성명을 지난달 9일 공개했다. A씨와 그 동료들은 북경대에서 무선 통신 및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정작 지도 교수 정펑씨는 원생들의 연구 지도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대학 졸업식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중국 대학 졸업식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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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정씨는 온갖 '허드렛일'을 A씨와 그의 동료 대학원생들에게 맡겼다. A씨가 성명에 쓴 사례로는 정씨의 아침 식사 구매하기, 아파트 청소하기, 택배 수령하기, 휴일에 정씨의 친구들이나 가족을 위해 운전하기, 정씨 딸의 숙제나 시험 봐주기 등이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원생들은 정씨의 딸을 위해 대신 시험을 봐주기까지 했다.


정씨의 갑질과 횡포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일부 원생들은 정신과 상담을 받기까지 했다. 게다가 정씨는 A씨와 그 동료들을 10시간 넘게 연구실에 머물게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A씨는 매일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씨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도를 넘은 갑질을 할 수 있었던 건 연구실 내 권력 덕분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불만을 토로한 원생들을 연구 프로젝트에서 제외하거나, 그들의 졸업을 유예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정펑은 우리를 노예처럼 취급했으며, 연구와는 상관없는 일에 우리 시간을 허비시켰다. 또한 끊임없이 구두로 우리를 모욕하거나 학대했다"고 썼다.

중국 북경대. [이미지출처=북경대 인스타그램]

중국 북경대. [이미지출처=북경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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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전해진 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분노로 들끓어 올랐다. A씨가 공개한 서신 관련 포스트는 무려 8800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였으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2위에 오르내렸다.


논란이 커지자 북경대 측은 정씨의 교수 자격을 정지했다고 한다. 또 정씨로부터 학대를 당한 대학원생들에게 정신과 상담 등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누리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원생들의 연구실 문화를 향한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중국 대학에 교수들이 원생을' 저렴한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이를 철폐하려면 근본적인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원생은 SCMP에 "지도 교수에게 비슷한 협박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대학원생은 (중국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 교수들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돼 있다. 이 위계질서가 변하지 않으면 연구실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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