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거래일째 상승…연말 예측치 넘어
AI 열풍에 7대 기술주가 시장 주도
월가에서 새해 들어 거침없이 상승하는 미국 증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P500 지수가 연말 전망치를 24일 만에 일찌감치 넘어버리며 1990년대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자체 조사 예측치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조사에서 오는 11월께 S&P500 지수가 평균 4867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는데, 이날 4868.55로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등 여파로 2022년 19%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7대 기술주, 일명 '매그니피센트 7(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의 선전에 힘입어 1년간 24% 급등했다. 지난해 랠리에서 힘을 얻어 올해도 연일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S&P 500 지수 고공행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월가의 대표 황소(강세론자)로 꼽히는 투자 자문사 야르데니 리서치 창립자인 에드 야르데니 대표는 메모에서 "현재 주요 관심사는 S&P500 지수가 1990년대 후반 일어난 것과 유사한 닷컴 버블 붕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비합리적인 과열이 1990년대 후반에 발생한 것처럼 주식 시장에서 투기적 거품을 부풀려 주가수익비율을 높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까지 S&P500 지수가 540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도 현재 상승 속도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마융유 BMO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거품이 생기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점점 과열되고 있다"며 "문제는 해가 갈수록 기업에 제시되는 높은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지"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지난 1년간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는 약 2배 뛰었다. 블룸버그 추정치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 7의 수익은 평균 39% 증가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 과열이 과거 닷컴 버블에 비견할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블룸버그는 "매그니피센트 7을 보면 이익에 대해 49배의 주가수익비율로 거래되고 있다. S&P500 지수의 평균 주식이 17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고가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버블 시대에 비하면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벤저민 볼러 등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현재 매그니피센트 7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시기 7대 기술주 최고 멀티플의 절반까지만 도달한다고 해도 현재 주가에서 각각 55%씩 더 상승해야 한다. 이는 S&P 500이 15% 더 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가는 지난해 12월 S&P 500이 올해 1.3% 상승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1999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전망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월 들어 S&P 500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모건스탠리 프라임 브로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8월 중순부터 12월까지 기술주 보유를 줄였던 헤지펀드들은 새해 다시 기술주로 돌아오고 있다. JP모건앤체이스 고객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론 애들러 JP모건 미국 현금자산거래 책임자는 최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시장은 환호와 FOMO(Fear Of Missing Out·자신만 뒤처질까 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의 혼재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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