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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에 묻다]③SG "일하는 노인에 의존 '韓 성장', 한계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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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가 12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가 12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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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의 성장률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 데는 OECD 1위 수준인 60대 이상 고용률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씩 줄어들고 있는 데다 고령화는 더 심해질 거라 성장을 받쳐주는 데도 한계가 있죠.”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사무실에서 만난 사무실에서 만난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가 저성장을 피할 수 없냐는 질문에 “쉽게 할 수 있는 성장은 다 했다”고 답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고령 인구의 고용률에 달려있다"며 "현실적으로 봤을 때 고령 인구 고용률이 지금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수준으로 내려간다면 잠재성장률은 -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까지의 경제성장은 노동생산성이 높은 IT산업이 팬데믹 직후 크게 성장했던 것과 일하는 노인이 견인했다면서, 이제는 성장률이 제자리걸음 중인 영국·프랑스 같은 선진국과 비슷한 고민을 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길어지는 글로벌 고금리 상황 속 고령화·저출산 때문에 저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 바 있다.


금리 향방에 대해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한 10년 동안의 시대가 예외적인 저금리 시대였다고 봐야 한다”며 팬데믹 이전 수준의 저금리 시대로는 당분간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관해 “인플레이션이나 거시 레버리지(부채) 문제를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추가 금리인상보다는 높은 정책금리를 지속하는 편을 선택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아래는 오석태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가 12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가 12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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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가 최근 많이 오르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축소되고, 고금리 상황이 훨씬 길어질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고금리가 '뉴노멀'이 됐다고 봐야 하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 내외에서 머물렀는데, 이제 그때로 돌아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에 더한 것보다 명목 금리가 낮았다. 근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시계열을 넓혀보면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본다.


-이유가 뭔가.

▲일단 중앙은행이 더 이상 채권을 안 산다. 금융위기가 끝나고 수익률곡선 제어정책(YCC) 같은 비전통적인 금융 통화정책이 시행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였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찍어 눌렀다는 거다. 그런데 이제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정책을 하는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거의 없고, 오히려 채권을 팔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는 경제 펀더멘털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다. 중앙은행이 그렇게 채권을 사고 양적완화(QE)를 했던 건 '디플레이션 공포' 때문이었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세계가 일본이 될 수 있다" 같은 말들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마저도 물가상승률이 3~4%에 달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팬데믹으로 인한 정책변화와 행동변화의 여파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몸이 묶인 사람들이 처음에는 상품 소비를 늘리다가, 거리두기가 풀리자 서비스 소비를 늘렸다. 팬데믹 때 열심히 돈을 풀던 각국 정부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을 하고 있는데, 인플레가 잡힐 듯 안 잡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난 지 4년이 다 돼가는데 이런 상황이면 기저효과를 넘어서 약간의 관성이 붙은 듯하다.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로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 금리 기조가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 H4L)'라지 않나. 올리는 속도가 빠르고 높을수록 시장에서는 오히려 '곧 내리겠지' 하는 기대를 가져버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미지근하게 길게 가져가자는 전략으로 바꾼 거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고온 순간 살균'이 아니라 '저온 장기 살균'을 하려는 거다. 그 효과가 나타난 거라 해석할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미세조정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계속되는 통화 긴축에도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그 이유를 뭐라고 봐야 하나.

▲미국 경기가 그만큼 살아 있다는 의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사람들이 팬데믹 때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소비에 관해서는 미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낙관적이지 않나.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초과저축 소진률이 높다. 그래서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 여파가 지금도 남아있고, 고용지표로 나타나는 거다.


게다가 미국은 요즘 재정 긴축이 잘 안 되고 있다.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팬데믹 때 풀어놓은 돈도 회수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상황이라 경기가 우상향하는 한편 금리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저성장 우려는 어떻게 보나. 올해 1%대 성장률에 이어 내년에도 2%대 초반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SG증권에서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1.1%, 내년 성장률을 2%로 보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쉽게 할 수 있는 성장은 다 했다고 본다. 펜데믹 당시 소비 쪽은 어려웠으나, IT와 자동차 분야 수출 기업들은 굉장히 돈을 많이 벌었다. 성장률이 올라가면서 노동생산성도 올라갔다. 요즘 그 후폭풍을 겪는 거다. 반도체가 이전보다 부진하니 세금이 덜 걷혀서 재정수입이 적자가 되고, 인구가 줄어 내수에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이제 잠재성장률이 2%가 넘어가면 좋은 성적이고, 보수적으로 1% 후반대를 예상해야 한다. 인구가 줄면서 성장은 감속하게 돼 있다. 잠재성장률은 점점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제 저성장이 당연해진 거라고 봐야 하나.

▲그동안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노동 생산성이 높았던 IT 분야가 코로나19 직후에 방어해줬고, 60대 이상 국민들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성장률을 떠받쳤다. 이미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OECD 국가 중 고령인구 고용률이 최고인 나라였다. 올해 데이터를 보면 36.2%로 더 높아졌더라. 잠재성장률에 고령층의 기여도가 상당히 크다. 다만 이제 곧 70대, 80대 인구가 더 많이 늘어나는 사회가 될 텐데, 인구 구조가 고령화될수록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거다. 한국 경제 자체가 이미 자본집약적이라서 자본을 갑자기 늘리기는 쉽지 않으니 노동생산성과 노동투입량으로 잠재성장률이 결정될 텐데, 노동투입량이 언제까지 버텨줄지가 관건이다.


-지정학과 국제정치 질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급망 분리·재편이 진행되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 주도의 공급망 분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요즘 시대에 공급망이 완벽하게 분리될 수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양대 분야가 반도체와 전기 자동차인데, 한국이 공교롭게도 둘 다 끼어있다는 거다. 반도체 기술은 중국이 따라오려는데 미국이 막아서고 있고, 전기차도 어느새 중국이 기반을 잡은 가운데 미국이 테슬라로 방어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맞부딪히는 최전선에 한국이 있다.


-중국이 중간재 영역에서 자립해 나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나.

▲중국이 저임금 노동 산업만 이어갈 수는 없지 않겠냐. 기술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으니 한국이 시장을 좀 넘겨줄 수밖에 없다. 중간재나 공급사슬 이슈보다 걱정되는 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휴대폰 같은 최종소비재의 점유율이 줄어든다는 거다. 독일의 벤츠, 미국의 아이폰과 경쟁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서 중국 시장을 넓혀야 한다. 한한령이나 신냉전을 운운하면서 포기하기에는 중국 시장이 너무 크다. 미중 갈등이 아무리 심해도 중국인들의 애플 사랑은 굳건하지 않나. 한국도 결국에는 그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가.

▲우리가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으로 분류하는 브라질, 튀르키예, 멕시코, 인도네시아 같은 주요 신흥국은 잘 버티고 있다.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고금리가 지속되면 힘들겠으나, 금리를 당장 안 내린다고 해서 경제가 갑자기 망가질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파키스탄, 이집트처럼 '프런티어 마켓(frontier market)'에 해당하는 나라들인데, 이런 국가들은 아주 어려운 상황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은 효과를 거둔 거라고 봐야 하나. 언제쯤 제로금리 정책을 철폐할까.

▲결국은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만 딱 잘라놓고 봤을 때 일본이 한국보다 실질성장률, 명목성장률, 인플레이션율 모두 높다. 일본은 내년 춘투 임금협상에서 임금 인상률이 2% 정도 나오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많이 퍼져있다는 판단하에 상반기쯤에 금리를 올릴 수 있겠다. 지금은 통화정책 수정이라 해도 YCC 조절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는 기준금리 자체에 대한 조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리가 오르는 만큼 국채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게 숙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향방은 어떻게 될 거라 보는지. 금리 인하 시점은 언제가 될까.

▲한미금리 역전 현상이나 물가 리스크, 가계부채 문제만 놓고 보면 한국도 더 올려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사실상 여기서 더 올리기는 버겁다.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운은 뗐지만 그게 벌써 8개월째 아니냐. 인플레를 잡기 위해 나라를 불황으로 빠트릴 용기까지 장착하지는 못한 듯하다. 대신에 '내리지 말고 버티자'는 스탠스를 취하는 걸로 보인다. 어찌 보면 미국보다 먼저 H4L을 시작한 셈이다. 금리 인하 시점은 결국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에 달려 있다. 하우스 뷰로 보면 미국이 피벗할 수준의 경기침체는 내년 2분기쯤으로 전망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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