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고르는 그의 허리가 펴질 줄 모른다. 한 팔로 가판 바닥을 짚고 다른 쪽 팔을 써서 돌덩이를 바다로 던진다. 허리는 내내 기역 자로 꺾여 있다. 허리를 폈다가 구부렸다, 무릎을 굽혔다가 폈다가 하기가 힘이 드는 게였다. 온몸에 힘을 주고 30년을 살았으니 관절마다 비명을 지를 만도 하다.
조심하라고 하지만, 물에 젖은 그물은 발아래서 엉키고 가판 구석으로 밀쳐둔 해조류는 미끈거린다. 그물이 건져 올리는 것은 해산물만이 아니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돌덩이와 조개껍데기, 날카로운 낚시나 유리 조각도 가판으로 올라온다. 긁히고 찔리기 좋다. 게다가 온통 물이라, 무엇이건 무겁다. 얇은 실처럼 엉킨 그물마저 바구니째 들어 올리면 지금 내가 사과 상자를 드는지 쌀 포대를 드는지 알 수 없다. 물을 잔뜩 머금은 게다. 그 무게를 노인 둘이 감당한다. 나이답지 않게 허리가 꼿꼿한 박명순이 그물 바구니를 들어 선박 모서리에 얹으면 염순애가 그걸 선창으로 끌어올린다. 내가 도우려는 시늉을 하니, 두 사람 모두 다친다며 성화다. 힘도 힘이지만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그 기술 덕에 바다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염순애는 수영도 할 줄 모른다고 했다. 균형을 잃고 바다에 빠지는 순간 큰일이다. 어릴 적부터 물속에 들어가면 귀가 울리고 어지러웠다. 달팽이관 이상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렇다면 흔들리는 배에 타는 것도 고역이었을 텐데. 뱃멀미가 유독 심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한마디로 정리되는 세월이다.
"몸에 배 가지고 괜찮아요."
언제나 견뎌야 할 이유가 있었다. 다행히 사고 같은 것 없이 35년을 보냈다. 바다 무서운 줄 아니 더 조심했단다. 반면 박명순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왔다. 안 그래도 그는 성큼성큼 가판 모서리를 밟으며 이동한다. 미끄러지는 것은 아닌지 내 심장이 콩닥 인다. 그런데 정작 그가 다친 장소는 탁 트인 바다가 아닌 네모난 양식장.
"양식장에 빠져서 크게 다칠 뻔했어요. 거기는 바다랑 다르게 모서리가 있어, 나오려고 휘젓다가 더 부딪혀 찢기는 거라."
-희정 글, 최형락 사진, <베테랑의 몸>, 한겨레출판, 2만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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