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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미래]밤섬 폭파 뒤 ‘한강 기적’된 여의도…금융 넘어 문화1번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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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미래]밤섬 폭파 뒤 ‘한강 기적’된 여의도…금융 넘어 문화1번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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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과거 잉화도(仍火島), 나의도(羅衣島), 여의도(汝矣島) 등으로 불렸다. 유래는 넓은 섬이라는 뜻의 ‘너벌섬’이었다. 하지만 서울역사박물관이 발간한 지역조사 결과보고서 ‘여의도, 방송과 금융의 중심지’를 보면 민간에서는 여의도의 ‘여’자가 ‘너 여(汝)’자인 점을 들어 ‘너의 섬’이라는 뜻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너나 가질 섬’이란 뜻으로 그만큼 쓸모가 크지 않은 땅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여의도는 한강이 불어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과거부터 이용 가치가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의도는 예전부터 큰비가 내리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지역이기도 했다. 1964년 여름 홍수로 여의도로의 교통이 완전히 두절됐으며 이듬해에도 9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제강점기부터 비행장으로 사용됐을 뿐 결코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곳은 아니었다.

여의도 윤중제 건설 공사장.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여의도 윤중제 건설 공사장.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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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쓸모없는 모래땅서 ‘금싸라기 땅’ 되다

여의도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967년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한강의 치수와 매립지 확보를 위한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부터다. 계획상 여의도로 범람하는 한강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을 돌과 흙이 필요했는데, 밤섬을 폭파해 그 골재를 채취해 건설 자재로 충당하자는 아이디어가 마련됐다. 당시 여의도는 한강 수위에 따라 밤섬과 하나의 섬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나눠지기도 했다. 공사에 필요한 골재를 확보함과 동시에 축조되는 여의도 제방으로 인한 강물의 흐름에 지장이 없기 위해 밤섬을 폭파했다. 폭파된 밤섬을 골재로 사용한 여의도 둘레 7km, 높이 15m 둑을 쌓는 윤중제는 5개월 만에 완공되며 여의도엔 290만㎡의 넓은 대지가 만들어졌다.


쓸모없는 모래땅이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대표 섬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의도는 당시 근대화·산업화로 변해 가는 도시의 이미지와 국내의 기술 발전을 알리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이상적인 서울의 모습을 담은 여의도 개발안을 시작으로 최첨단의 아파트 단지, 고층의 업무시설, 국내 기술과 국내 재료를 사용한 국회의사당 등이 하나둘씩 완공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며 시작된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한강시민공원이 재정비되고 유람선이 다니기 시작했고, 여의도 동쪽 끝에는 당시 황금빛 63빌딩이 완성되며 올림픽을 통해 발전된 서울의 모습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서울올림픽 당시 63빌딩 성화 점화 모습.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서울올림픽 당시 63빌딩 성화 점화 모습.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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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서 여의도로 금융 중심 이동…‘한국의 맨해튼’으로

여의도가 ‘서울의 가장 값비싼 땅’ 중 하나가 된 배경은 금융을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금융 중심이 명동에서 여의도로 이동함에 따라 1979년 이래 여의도 금융시대가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1978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여의도 화재보험빌딩에 이전했고, 이듬해 1979년에는 1920년대 이래 명동에 위치했던 한국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도 명동에서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거래소와의 접근성이 중요해지면서 많은 금융기관들이 여의도로 옮겨가게 됐다.

증권사들이 처음부터 여의도 이전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기업주들은 풍수 사상을 이유로 여의도 이전을 탐탁지 않아 했다. 여의도가 물 위에 있는 모래섬인 데다 바람이 세서 돈이 차곡차곡 쌓여야 하는 금융사가 자리하기에는 부적절한 곳이라는 평가는 당시 증권가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주색(酒色)의 기운이 강해 망신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명리학적 해석이 1970년대 말 증권가에 떠돌 만큼 증권사들은 이전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전경이다. 1979년 7월까지 증권거래소는 명동을 중심으로 분포해있었다. 이후 여의도로 옮겨왔다.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전경이다. 1979년 7월까지 증권거래소는 명동을 중심으로 분포해있었다. 이후 여의도로 옮겨왔다.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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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한국의 맨해튼’ 면모를 갖춘 건 윤중제 완공 30년이 지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다. 1993년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대한투자신탁(하나금융투자), 유화, 동양(유안타), 서울(유진투자), 보람(하나금융투자), 제일(한화투자), 선경(SK), 쌍용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이 여의도광장 인근 제2증권타운에 모여들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 호황으로 덩치를 키운 증권사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잇따라 여의도 확장 이전을 결정했다.


한국의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한 여의도는 2000년대 중반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닥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랬던 여의도가 다시 한 번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의도를 세계 5위 안에 드는 국제 금융 중심지로 조성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는 여의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진흥계획을 승인했다. 계획에 따르면 ▲디지털금융지원센터 설립 ▲핀테크 기업 육성 ▲금융 중심지 브랜딩 홍보 강화 ▲금융 교육 활성화 ▲영어 친화 환경 조성 등이 추진된다. 사업비는 총 593억5700만원으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투입된다.


제2세종문화회관 등 문화 인프라 대거 조성…문화 1번지 도약

오 시장은 금융 산업의 중심지인 여의도에 문화 인프라를 더해 확장성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 조성을 위한 디자인 공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디자인 공모 기본계획에는 여의도 한강변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고 여의도공원과 한강공원을 통합하고 이곳을 대중문화 콘텐츠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 산업의 중심축인 여의도에 걸맞은 관광·문화 산업 인프라를 대거 보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2세종문화회관에는 대공연장(2000석), 소공연장(400석), 향후 여의도에 건설될 서울항 이용객 및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F&B시설), 문화교육시설 등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함부르크 엘베강변에 위치한 ‘엘프필하모니’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엘프필하모니를 직접 방문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제2세종문화회관에 엘프필하모니와 같은 공간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며 “문턱을 확 낮춰 시민 누구나 문화·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엘프필하모니는 1966년 지어진 붉은 벽돌의 카카오 창고 건물에 철제 구조물을 올린 26층짜리 재생 복합시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이 중단되고 사업비가 1조2000억원까지 불어나면서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으나 개관 3년 만에 5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는 등 함부르크를 상징하는 수변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당초 제2세종문화회관은 문래동 구유지에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여의도공원에 설립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문래동 구유지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주거지로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대규모 공연장의 입지로 미흡하고, 부지의 크기가 협소해 계획적 한계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여의도로 예정지를 바꾸면서 제2세종문화회관의 연면적은 1.8배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문래동 구유지에는 지역 주민과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구립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이미지제공=서울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이미지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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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또 여의도공원을 문화시설과 녹지가 어우러지는 도심문화공원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서울시는 2026년 여의도공원 리모델링 사업에 착수한다. 여의도공원 한강 쪽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조성하고 증권가 쪽은 야외 이벤트가 가능한 다목적 잔디광장을 만드는 식으로 재구성한다. 샛강공원 인접 구역은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생태공원으로 만든다. 미국의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나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와 같이 인근 문화시설과 연계한 야외 공연·전시·휴식 공간으로 바꿔 유동인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여의도공원은 여의도 면적의 약 8%(22만9539㎡)를 차지하는 서울 중심 지역의 대규모 공원이지만 주변 지역과 단절돼 인근 지역주민이 주로 휴식과 산책을 위해 방문하는 단순 근린공원의 역할에 머물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26년 상반기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인 ‘서울항’을 조성하는 것도 관광·문화 인프라를 대거 보강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오 시장이 추진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한강의 수상자원을 활용해 관광과 물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항 조성으로 5000톤급 크루즈가 한강에서 출발해 군산항, 목포항 등을 거쳐 제주항까지 유람하는 크루즈 관광도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세관검사, 출입국관리, 검역기능을 추가해 중국 등 동북아 다른 국가와도 연결하는 국제항으로 기능을 확대한다. 서울시는 여기에 민간자본을 활용한 국제회의장, 수상호텔, 노을전망대 등을 조성한다.


여의도 선착장 조감도. [이미지제공=서울시]

여의도 선착장 조감도. [이미지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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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는 과제…"자연성 보존하며 부가가치 창출할 것"

다만 환경 문제는 넘어서야 할 과제다. 앞서 오 시장이 2010년 재선과 함께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서울항 조성 사업’은 환경 파괴와 안전성 문제, 예산 부족 등 이유로 2012년 전면 백지화된 바 있다. 환경단체와 서울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대형유람선 운항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한강 준설이 필요하고, 갑문으로 물길이 막혀 수질 오염 및 한강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말 서울항 조성에 따른 한강 환경영향조사를 진행한다. 한강 주운수로 인근의 어업 피해 영향 조사 용역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호진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장은 "과거와 달리 양화대교 경간 확대, 구 행주대교 일부 철거 등 서울항 관련 많은 기반시설이 이미 조성된 상태에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경제적·재무적 타당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경이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 만큼 환경영향평가를 객관적으로 시행해 한강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따지고, 자연성을 보존하면서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미래]밤섬 폭파 뒤 ‘한강 기적’된 여의도…금융 넘어 문화1번지 꿈꾼다 원본보기 아이콘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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