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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전쟁 속 '솟아날 구멍' 만든 韓 제조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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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정유·방산 등 '굴뚝산업' 기업들
대내외 충격 속에서도 '히든 카드' 제품 활약

전쟁, 원자잿값 급등락, 경기 불황까지. 지난 1년간 전세계 산업계가 마주한 외부 충격이다. 휘청이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우리 제조기업들은 일찌감치 준비했던 ‘히든 카드’들이 빛을 보고 있다.


경기불황·전쟁 속 '솟아날 구멍' 만든 韓 제조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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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와 연이은 글로벌 경기 불황에 된서리를 맞았지만 배터리,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본래 참치캔, 분유캔 등 식음료 용기에 쓰이던 BP(석도원판)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로 재탄생해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BP는 저탄소강 강판으로 주석, 크롬, 니켈 등을 도금할 수 있도록 만든 0.14~0.6㎜ 얇은 강판이다. BP에 주석을 도금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참치캔 재료가 된다. 열을 잘 견디는 석도원판은 최근에는 니켈을 도금해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에 쓰인다. 배터리는 불이 나면 내부 온도가 600도까지 치솟는다. 니켈 도금 BP는 뜨거운 열을 견디는데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균열에도 강하다.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이는 데 적합한 철강재인 것이다. 포스코는 1977년 BP를 처음으로 생산한 이후 기술력을 키워왔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BP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사용해 제작한 구동모터용 코어.

포스코의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사용해 제작한 구동모터용 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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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지난해부터 1조원을 투자해 연간 30만t 규모 전기차 모터용 전기강판 공장도 새로 짓고 있다. 전기강판은 전기 및 자기를 응용한 기기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이다. 특히 포스코가 생산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전기차 구동모터의 고정자, 회전자의 철심에 쓰이는데 모터 효율을 높여준다.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전력 손실이 적다. 연간 10만t의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설비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40만t까지 생산량을 늘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도 우리 제조업의 저력이 드러났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적으로 탄약·포탄이 기근 현상을 보이자 국내 유일 탄약·포탄 제조사인 풍산이 바빠졌다. 풍산은 올 1분기 매출 7711억원, 영업이익 59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19.5%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풍산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우크라이나에 탄약·포탄을 대거 공급하며 생긴 공백을 풍산이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며 하루에 6000~8000발의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포탄 생산량(월 1만4000발)을 크게 웃돈다.

SK엔무브가 생산하는 윤활유 제품

SK엔무브가 생산하는 윤활유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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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하락 안정화하면서 정제 마진이 대폭 떨어진 정유사들에겐 윤활유 사업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가 급등은 얼핏 정유사들에게 원자잿값 부담으로 비쳐지지만 사실 가격 상승의 근거가 돼 호재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만들어 파는데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상승해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유가가 하락하면 반대 효과를 내 오히려 악재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경유 수요가 늘었다. 정유사들은 경유 가격이 상승하자 공급을 늘리기 위해 경유와 같은 생산설비를 쓰는 윤활유 생산을 줄였다. 윤활유는 더 귀해진 것이다. 공급 부족이 누적되면서 가격은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견조한 윤활유 사업에서 25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좋아져 직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정유업계는 최근 폐윤활유를 재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인 친환경 윤활유 제품,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해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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