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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막 기업]퇴직 중장년 소일거리 찾아주는 '세컨드투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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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세컨드투모로우 대표

'50+(플러스) 세대'.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만 50세에서 64세의 장년층 연령집단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100세 시대를 살며 인생 3막을 준비할 의지와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올해 3월 기준 이들의 숫자는 1288만명으로, 총인구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출연기관(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만들 만큼 50+세대는 새로운 정책 대상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 일이나 육아에 몰두해왔던 50+세대는 남은 몇십년을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어할까. 이는 박소영 세컨드투모로우 대표(38)가 창업을 마음먹게 된 계기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창업 전, 약 30년 넘게 교직에 있다 은퇴했던 친척 부부와 나눈 대화를 상기했다.

"'요즘에 뭐 하세요'하고 물었더니 '매일 3만보 걷는다' 하시더라고요. 왜 걷냐니까 '할 게 없어서'라셨어요. 그 말에 충격을 받았어요. 할 게 없어서 걷는다니. '어쩌면 내 미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하나의 직업으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는데, 은퇴를 하고 나면 그 쓸모가 사라진다니요. 그래서 직장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자신의 경험 자산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을 연계해드리고 그 내용을 기록하기로 사업 방향을 정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지난 7일 만난 박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50+세대의 생활방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싶다"며 "중장년층이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며, 서로서로 도움될 수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50+세대라는 표현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산업 자체가 아직 덜 발달해있다"며 관련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세컨드투모로우를 소개해달라.

▲콘텐츠 기업이다. 50+세대라 불리는 중장년층이 가진 경험 자산을 콘텐츠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또 다른 내일, 두 번째 내 '일'을 찾도록 지원한다. 회사 이름 '세컨드투모로우(Second Tomorrow)'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박소영 세컨드투모로우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시니어들의 경력과 스토리를 토대로 확장한 사업 아이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박소영 세컨드투모로우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시니어들의 경력과 스토리를 토대로 확장한 사업 아이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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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학 때 경영학을 전공했고,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패션 리테일 분야를 담당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커리어를 쌓은 셈이다. 10년 정도 일했는데, 일 자체는 정말 잘 맞았으나 더 늦기 전에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영업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기획하고 전략 세우는 일에는 익숙했고,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하다가 2018년에 퇴사했고, 2019년에 창업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드나.

▲먼저 로컬에 있는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지역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상품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2019년 창업하면서 '로컬라이즈 군산'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함께 20여개 창업팀을 뽑아 군산에서의 성장과 창업을 돕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군산에서는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고, 한국 GM 공장이 문을 닫으며 실직자가 쏟아져 나왔다. 중장년 실직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면서 직접 만나봤는데,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을 원하는 경향이 있더라. 그래서 지역 토박이 주민들을 더 만나러 다니며 군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결과 '리멤버 군산'이라는 원도심 도보 탐방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다. 군산의 50+세대 주민을 탐방 가이드로 양성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2019년에 200명 정도가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이듬해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래서 군산 기념품, 커피 이용권, 지도 등을 담은 셀프 여행 키트를 상품화해 지역 내 있는 카페와 편집샵 등에서 판매했다. 지역은 시니어 비중이 높다. 지역에 사는 시니어들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 계획이다.


-또 다른 것은.

▲미디어 콘텐츠와 세대 융합 콘텐츠도 만든다. 유튜브 등 SNS를 시니어들의 전공과 경력을 살린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세대 융합 콘텐츠는 50+세대와 MZ세대의 경험 자산을 엮은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행정안전부에서 하는 재도전 지원 프로젝트가 있는데, 여수에 있는 지역 기업과 협업해 수도권에 사는 50+세대를 지역 청년들에게 커리어 멘토로 이어주는 사업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원봉사 형식의 1차원적 일자리가 아니라, 중장년 개개인이 가진 역량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거다. IT, 마케팅, 미술 등 다양한 계열에서 일했던 중장년들이 지원했고, 숙박비와 프로그램비만 지원하는 건데도 경쟁률이 3:1에 달했다.


그런 의미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퇴직자들이라면 오히려 우리의 서비스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보상이 적더라도 여유를 갖고 본인이 가진 역량과 능력을 활용하고 싶은 분들이 적합한 대상이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와 일하나.

▲설명했던 행안부 재도전 지원 프로젝트 같은 정부 위탁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과도 일하고픈 마음이 크다. 기업에서 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1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은 50세 이상 퇴직예정자에게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법도 통과됐을 정도다. 기업과 함께 그분들을 대상으로 생산적인 프로젝트를 한다면 정말 큰 사회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019년에 회사를 설립해 5년차다. 중장년에 대한 시선이 당시와 달라졌다고 느끼는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다고 본다. 중장년은 소위 끼인 세대다. 아동과 노년층에 대한 정책 지원은 많은데, 중장년을 위한 정책은 부족하다. 중장년은 상대적으로 기득권층이라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지원해야 할 대상이 많은데, 너무 방치했던 것 같다. 그래도 서울시에 50플러스재단 같은 기관이 생기면서 인생 이모작 정책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아직 안정적인 기반이 없어 그때그때 정책 초점이 바뀌는 것 같다.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지금 직원 1명을 더 두고 일하는데, 올해 매출 목표는 3억원 정도다. 올해 상반기에 1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으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지금은 1년에 200명 정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 수치가 연평균 1000명으로 는다면 투자 유치도 고려할 계획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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