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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댓글 폭력 지나친다면…"당신도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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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몰이해, 공론장 망치는 적
혐오·증오표현에 적극 맞서야

[빵 굽는 타자기]댓글 폭력 지나친다면…"당신도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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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명대사다. 학교 폭력을 주제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분노를 일으켰다. 관련 기사, 커뮤니티 게시물마다 댓글이 수백개씩 달렸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출연 배우의 외모를 지적하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던 한 댓글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받아 상위권에 노출돼 있던 것이다. 학교 폭력에는 분노하면서도, 댓글로 누군가에 또 다른 폭력을 행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책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는 악플 뒷면에 숨어 있는 우리 사회의 혐오문화를 진단한다. 저자는 악플을 ‘사회적 살인’으로 정의한다. 극단적이고 과잉된 감정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집단광기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때 대상이 되는 누군가를 마녀사냥 하듯 죽도록 패는 몰매의 성격을 띤다.


악플의 무서운 점은 피해자는 분명하지만, 가해자는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어떨 때는 소수의 집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 전체가 특정 대상을 몰아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피해 당사자는 ‘더 글로리’ 속 주인공 문동은처럼 처절한 복수조차 꿈꿀 수 없다.

이는 기사를 작성하며 종종 겪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 정치인의 발언을 옮긴 한 기사에 ‘베스트 댓글’로 기자와 그의 가족을 욕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해당 정치인을 반대하는 집단이 이른바 ‘좌표’를 찍어 댓글로 몰려왔다. 그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의 발언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댓글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무력감이다. 악플이 지닌 구조상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해당 댓글에 비판 없이 동조했던 이들이 결코 끔찍한 괴물이 아니라는 것도 악플이 지닌 무서움이다. 이들 대부분은 멀끔한 사회인으로 우리 곁에서 평범하게 마주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결국 댓글 폭력의 공범이라고 분석했다. 조회수 낚시 기사를 써대는 언론, 이와 관련한 여론 동향 파악에만 신경 쓰는 정치권, 공론장의 건강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책무가 있는 지식인 등은 적극적 방관자다. 낚시용 기사를 무비판적으로 클릭하고 소비하는 사람들, 댓글창의 폭력성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팔짱만 끼고 있는 우리 모두는 소극적 방관자이자 댓글 폭력의 공범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황폐해진 공론장을 재건하기 위해 저자는 혐오·증오 표현에 적극적으로 맞설 것을 권유한다. 수천개의 ‘좋아요’를 얻은 악플 앞에서, 사람들은 이에 반박하는 자신의 생각이 소수의견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네이버의 경우 뉴스에 댓글을 쓰는 이들은 10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결국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으면 실제 소수의견으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댓글창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는 공론장을 망가뜨리는 최악의 적이라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행동할 때다. 댓글 폭력을 마주하고도 눈을 감는다면 우리도 폭력의 공범이 될 뿐이다.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 l 정지혜 지음 l 개마고원 l 272쪽 l 1만7000원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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