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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돌할매’는 어떻게?… 경주 낭산 종합정비사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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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신앙지 낭산, 사적공원·둘레길 조성

경주시, 선덕여왕릉 일대 토지보상 진행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경주 낭산 ‘신비의 돌할매’는 어찌할꼬?


‘그냥 들어 올린 돌이 소원을 빈 뒤 들면 잘 들리지 않아야 소원을 이룬다’는 돌을 둘러싼 흥미로운 체험 스토리가 소문나면서 여행객의 눈길을 붙잡는 곳이 있다.

토속 신앙의 땅으로 이름난 경주시 낭산 일대는 신라 선덕여왕릉 등 사적지가 많아 경주를 여행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쏠쏠하게 이어지는 곳이다.


낭산은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곳인데다 토속 신앙의 성지로 알려진 까닭에 ‘신비의 돌할매, 돌할배’라 이름 붙은 돌들을 재미 삼아 찾은 방문객이 입소문과 SNS로 전파하면서 경주 여행코스 중 하나로 인기를 끌어왔다.

윗돌이 '돌할매', 아래가 '돌할배'. 원래 각각 떨어져 있는 2개 돌을 포개어 놓은 모습이다.

윗돌이 '돌할매', 아래가 '돌할배'. 원래 각각 떨어져 있는 2개 돌을 포개어 놓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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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에도 같은 이름의 ‘돌’들이 있고 또 다른 스토리라인을 간직한 ‘돌구멍’ 여행지와 함께 돌할매공원으로까지 알려지면서 무속·토속 신앙도 국내 여행 콘텐츠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미를 더한다.


20여년 전 낭산 기슭 1100여평 땅에 암자를 꾸린 김모 씨(60대·여)가 우연히 발견한 돌들을 법당 안에 모시면서(?) 날이 갈수록 ‘신비의 돌’ 앞에 많은 소원이 쌓여왔다. 투병 중인 사람들도 건강회복을 빌며 휴양처 삼아 낭산 일대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토속 신앙을 간직한 ‘약사암’의 지킴이 김 씨는 “그동안 회원이 늘어 2000여명 정도가 암자의 신도로 등록돼 있고 매달 1000여명가량 관광객도 다녀간다”고 말했다. 신도회장을 맡은 강모 씨(50대)는 “김 법사님은 관광객이 촛불 시주로 놓고 가는 돈을 모아 설이나 추석, 초파일이면 이웃돕기 성금으로 쾌척한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암자 가까이 있는 선덕여왕릉이 경주 시내 다른 왕릉보다 초라하게 외면받고 있다며 10여년 전부터 ‘선덕여왕제’란 이름으로 사비를 들여 100여명의 신도와 함께 여왕에 대한 추모제도 지내오고 있다.


야트막한 산마루를 봉긋 세운 낭산이 있고 정상 바로 아래에 한국사 최초 여왕인 신라 선덕여왕의 능이 있다. 또 산기슭엔 문무대왕의 화장터로 알려진 능지탑지가 있다. 반대편 동남쪽 기슭으로 사천왕사지, 낭산을 바라보며 신문왕릉, 망덕사지, 효공왕릉 등 낭산 일대에는 사적지가 즐비하다.


경주시가 ‘신라왕경 14개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을 벌이면서 이 낭산 일대도 새로 태어난다.


신라 왕들의 신성한 안식처와 불교 사적지를 간직한 낭산 일대가 경주시의 종합정비계획 속에 들면서 사적공원과 신라왕릉의 탐방 둘레길로 바뀌는 것이다.

경주시 배반동 낭산 산마루 부근에 있는 선덕여왕릉.

경주시 배반동 낭산 산마루 부근에 있는 선덕여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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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문화재과 사적지정비 TF팀 관계자는 “낭산 일대 88만2000㎡의 종합정비 계획 고시에 따라 주민들로부터 부지 매입 동의서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전체 549필지 중 국유·사유지를 뺀 430필지에 대해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가 현재까지 62필지에 대해 매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보상 기준은 토지 주인의 동의를 받은 뒤 주변 땅값 시세에 맞춰 복수의 감정 결과에 따라 평균가격을 정해 지자체가 매입한다.


경주시는 능지탑지 등 유적 발굴지 주변을 우선 매입 대상으로 하고 탐방 또는 둘레길을 2순위로, 3단계는 지형 훼손 구간을 대상으로 해 보상하고 매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감정 평균치에 따라 주민의 토지나 건축물을 매입하는 데는 이론이 없지만 유적지는 아니면서 오랜 기간 길목에 표지판을 달고 여행 코스의 하나로 알려진 장소일 경우 셈법이 어려워진다.


김 씨가 토속 신앙 여행코스로 선덕여왕의 기를 받았다며 ‘돌할매’, ‘돌할배’를 유지해온 땀과 정성에 대한 감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선덕왕릉 일대를 공원화 하는 계획에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다른 곳으로 돌할매를 옮기면 지금과 같은 기운이 이어질지 염려스럽기도 하고 그동안 이곳을 찾은 방문객과 휴양객과의 인연이 단절될까봐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신도회도 “이전 계획에는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그간 쏟은 정성과 공력은 어떻게 되는지?”라고 반문했다.


한 감정평가사는 “국가나 지자체 계획에 따라 토지 보상을 하는 경우 암자나 사연을 간직한 여행명소 등은 평가가 쉬운 편이 아니다”라며 “맛집이나 입장료처럼 매출 등 평가 요소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나 ‘진실이 입’ 같은 여행 콘텐츠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면 그 재산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게 된다.


2010년 이후 경주시가 사적지 종합정비 계획에 따라 ‘계속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당장 공원 조성에 첫 삽을 뜨는 것은 아니지만 ‘낭산 돌할매’에는 어떤 보상이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주 낭산 기슭에 토속신앙으로 '돌할매'와 '돌할매'를 간직해 여행객의 발길이 닿는 약사암 일대. 뒷편 소나무숲 뒤로 선덕왕릉이 있다.

경주 낭산 기슭에 토속신앙으로 '돌할매'와 '돌할매'를 간직해 여행객의 발길이 닿는 약사암 일대. 뒷편 소나무숲 뒤로 선덕왕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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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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