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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작가의 루틴<5>-최지은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최종수정 2023.02.08 08:45 기사입력 2023.02.08 06:00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오늘은 젊은 작가들의 일상과 글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을 담은 책 <작가의 루틴 : 시 쓰는 하루> 중 최지은 작가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에서 인용했다. 글자수 92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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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는 상실의 대상을 완전히 잊고 멀리 보내 버리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으로 두고, 달라지는 것을 계속해 느끼며 또 다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애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상실로 인해 획득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때때로 두렵고 어두운 것을 알면서도 안고 나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상상해 봅니다. 내일의 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면서요. 내일을 생각하게 하고, 기대하고, 꿈꾸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요.


'나'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만나는 시간이 늘어 갈수록 저는 '내가 없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처럼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점점 '내가 아닌 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변화하게 되었고요. 잘 모르는 타인과 타인의 고통에 대해 마치 조금은 아는 것처럼 공감을 이야기하던 것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것은 그의 것으로 온전히 돌려주는 것, 그 자리에 두는 것, 그 자체로 존중하는 마음도 시를 쓰며 돌아보게 되었어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조차 아버지의 것은 아버지의 것으로. 나의 것은 나의 것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생각합니다. 마음이 아프고 슬픈 것과는 또 다르게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라벨링으로 굳어지고 고정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흔들리는 존재라는 것을. 이런 것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깨끗한 마음으로요. 익숙한 슬픔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면서, 다른 이름을 붙여 주면서, 자꾸 달라지는 나를 기록해 가면 좋겠어요.


그러니 체력을 돌보는 마음을 돌봐야 합니다. 시를 쓰기에 좋은 날은 따로 없을지 몰라도, 시를 쓰기에 힘든 순간은 몸이 아플 때입니다.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최지은 외 6인, <작가의 루틴: 시 쓰는 하루>, &(앤드),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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