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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해인사, 무명초 의미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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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 해인사가 소란스럽다. 속세를 떠난 스님들의 수행처에 속세의 곱지 않은 시선이 따갑게 내리꽂힌다. 불가의 규율을 떠나 속세의 기준으로도 문제가 될만한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주지 스님이 가발을 쓴 비구니(여자 승려)와 사복 차림으로 숙박업소에 드나들었다는 의혹으로 절에서 쫓겨나는 ‘산문출송(山門黜送)’을 당하는가 하면, 그 후임을 정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거액의 내기 윷놀이 의혹이 나오는가 하면 해인사의 고위직 승려 2명의 해외 원정 골프 정황까지 드러났다.

조계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총림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랐다는 건 조계종 전체 위신 실추로 비치기 때문이다. 해인사는 교육기관인 ‘강원’과 참선 기관인 ‘선원’, 계율 학습 기관인 ‘율원’을 모두 갖춘 총림으로, 해인사 총림은 1962년 현재의 조계종이 출범한 이래 첫 총림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해인사 주지 교체는 사실상 확실해 보인다. 조계종 중앙징계위가 현응 주지스님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고, 무엇보다 당사자가 사직서를 낸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호법부의 (성추문 징계) 발표 이후 후임 인선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불가에서 머리카락은 ‘번뇌하는 풀’이란 뜻의 무명초(無明草)라 불린다, 스님들이 출가 때부터 머리카락(세속 욕망)을 깎는 이유다. 그런 스님들이 모인 곳이 욕망 투쟁의 장이 돼 버린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소유욕이 없다면 자리에 연연할 필요도 없을 텐데, 해인사를 향한 속세의 근심이 머리카락처럼 자라고 있다. 색(色)을 탐하고, 노름을 즐기며, 원정 스포츠를 즐기고, 높은 자리를 놓고 패거리 다툼을 하려면 무엇 하러 출가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자수첩]해인사, 무명초 의미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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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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