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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그 많던 한국의 천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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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논문 발표
최소 절반~3분의2 귀국 안해

"그 많던 한국의 천재들은 어디로 갔을까?"


국내에서 수재ㆍ천재 소리를 듣던 고급 인력들이 해외 유학 후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해외 명문대 박사 학위까지 딴 고급 인재들 중 최소 절반~최대 3분의 2가 귀국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요 국가들이 기술 패권 경쟁 격화로 고급 인재 추적 관리에 들어갔지만 한국은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한 대학의 졸업식.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국내 한 대학의 졸업식.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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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천재들

한국연구재단(NRF)이 지난해 12월 펴낸 '외국박사학위 취득자의 국내 연구 성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외국에 유학 간 한국의 인재들 중 박사 학위까지 땄지만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서 취업해 머무는 경우가 최소 절반에서 최대 3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NRF가 운영하는 '외국박사학위신고시스템'의 신규 신고자, 즉 해외 유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후 귀국해 국내 취업을 위해 신고한 사람의 숫자는 2019년 1109명, 2020년 1276명, 2021년 998명 등 매년 1000명 안팎인데, 대학원 이상 유학생 숫자는 지난해 4월 기준(교육부 통계) 총 2만7853명으로 이보다 훨씬 많다. 대륙 별로는 북미(1만4617명)가 가장 많다. 유럽(8134명), 아시아(4163명), 오세아니아(854명), 중남미(78명), 아프리카(7명) 등의 순서였다.


통계 수치가 확실한 미국 한 곳만 살펴봐도 이같은 추세는 더 뚜렷이 확인된다. 미국과학재단(NSF)은 2019년 한국인 출신 박사 학위 신규 취득자 수가 1164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해 NRF의 외국박사학위신고 시스템에는 1109명이 신규 등록했다. 다른 대륙을 빼고 미국 한 곳에서만 전체 신고 규모보다 55명이나 더 많다. 여기에 미국 등 북미 지역의 대학원 유학생 숫자는 전체의 절반가량(2022년 4월 기준 2만7853명 중 1만4617명ㆍ52.47%)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귀국 후 미신고나 중도 포기 등 다른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최소 절반에서 최대 3분의 2 이상의 외국박사학위 취득자들이 귀국하지 않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하나 카이스트(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으로 유학 간 사람들 중 박사학위를 따고 귀국한 사람들보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에 유학 갔다가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왜 고국을 버리나

해외에 남는 과학기술자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재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원 숫자는 약 2만589명으로 전년 대비 270명 늘어났다. 다만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42명 감소한 2만319명이었다. 국가별로는 지난해 기준 미국이 7278명으로 가장 많았다. 캐나다(3040명), 일본(3000명), 중국(2500명) 등의 순이다. 재외 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구성된 곳은 전 세계 17개국이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한인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회원 수는 2019년 기준 약 14만7000명에 달한다. 박계영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 국제부장은 "해외에서 일하는 한인과학자들의 숫자는 약간의 진폭은 있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2010년대 1만9000명 대에서 2020년대 2만명 대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재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자유롭고 풍족한 연구 환경과 높은 연봉ㆍ복지, 많은 일자리, 자녀 교육ㆍ안정된 생활 환경 등이 거론된다. 2010년대 초반 귀국한 '미국 박사' A 교수는 "출국할 때부터 귀국할 생각이었고 부모님 연세 등 때문에 돌아오긴 했지만 권위적인 연구실 분위기와 아이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아 많이 망설였다"면서 "동료 유학생들이 한국에 돌아오길 꺼리는 이유가 바로 그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도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TC) 등의 분야에서 많은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일자리가 많고 대우가 훨씬 좋은 미국 실리콘 밸리 등에서 직업을 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거주 환경ㆍ아이들 교육 등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ㆍ중 기술 패권 경쟁 등에 따른 해당 국가들의 '내재화 및 인재 확보' 정책도 영향을 끼쳤다. 1990년대 후반 유학간 재미 과학기술자 B(53)씨가 대표적이다. 최근까지도 은퇴 후 귀국을 염두에 두고 장기체류비자를 이용했지만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권유로 2년 전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외국 출신 인력들에 대한 정책이 바뀌면서 학교 측에서 시민권 취득 여부를 매년 확인하고 채근했다"며 "한국에 돌아가도 취업하기 어려울 것 같고 아이들이 귀국을 싫어해 시민권을 땄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재 유출 현상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김 교수는 "미국은 박사 연합회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 실시간 자체 통계를 내고 있고 일본도 3~4년마다 연례적으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박사급 인재들의 이력을 추적 관리하고 있다"면서 "고급 인력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적 자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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