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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아이를 위해 부모는 '행복한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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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아빠·엄마로서가 아닌
개인으로 행복한 모습 보여줘야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 찾아

[시사컬처]아이를 위해 부모는 '행복한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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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울산에서 열린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권리 영화제에 다녀왔다. 호루라기, 벌레, 낮은 목소리, 이렇게 3편의 영화를 보고 2부 행사에서는 아동에게 주어야 할, 아니 아동이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동들은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 제작을 배우고 싶어 하고, 곤충학자가 되고 싶어 하고, 노래를 하고 싶어 한다. 그 모습은 예쁘고 설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부모들이다. 단순히 아이의 미래를 위해 그것을 못 하게 한다는 게 아니다. 정작 부모들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가 버겁다.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아이에게 폭력을 가한다든가 해서, 아이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아동의 삶이라는 것은 결국 그 부모에게 달려있기 마련이다. 부모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하는 데서 아동의 권리도 시작될 수 있다.


영화제에서는 "아이에게 부모는 어떠한 대상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는 대상이라면 좋을 것이다. 어느 브랜드의 아파트에 사는지, 연봉이 얼마인지 하는 그 처지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게 있다. 부모는 아빠와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행복해야 한다.


내 주변의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주 양육자의 모든 일상이 아이에게 맞춰지는 일도 많다. 그러나 그런 부모의 삶이 한 개인으로서 행복하기란 어렵다. 그것은 모두를 불행으로 이끈다. 대신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이면, 그리고 자신의 권리도 있음을 아이에게 보인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행복한 개인으로 자신의 삶을 상항해 나갈 것이고 자신의 권리 역시 감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아내에게도 아이들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고 우리이니, 행복하게 해주려는 노력보다는 스스로 행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영화제 도중 아이들에게 물었다. 자전거를 타고 엄마 아빠가 정해준 길로 가는 게 좋은지, 아니면 모르는 길을 혼자서 가는 게 좋은지. 그때 수십 명의 아이들이 "모르는 길이요" 하고 크게 답했다. 그래, 그런 것이다. 나도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모르는 길을 통해 새로운 데로 나아갈 때 정말이지 두근거렸다. 그건 아마도 어른으로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목적지와 그 경로를 정해주는 데 있지 않다. 아이들에게 튼튼한 자전거를 준비해 주고 그들이 나아갈지 모를 길을 안전하게 정비하는 것, 그게 부모의 일이다. 아이가 아니라 그들의 탈 자전거를 돌보아야 하는 사람이다. 아이가 가기 원하는 길이 있다면 자신이 그러한 길 앞에 행복한 모습으로 서 있으면 된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길로 들어서거나 길은 다르더라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김민섭이라는 한 개인으로서 우선 행복하고프다.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보이고프다. 그러면 그들도 행복한 아빠의 모습을 보고 행복한 개인이자 아동으로 잘 커나갈 것을 믿는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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