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경제, 국제사회 금융 제재에 취약…보유 中 위안화도 용처 많지 않아
루블화 붕괴시 인플레이션 등 러시아 경제 혼란 우려
[아시아경제 국제부 기자] 러시아가 루블화 폭락을 막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120억 달러(한화 14조5000억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에 러시아 경제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세계 4위에 해당하는 6310억 달러(752조원)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루블화가 전날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당초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외부의 경제 제재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정작 국제사회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등 제재의 수위를 높이자 루블화의 가치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날 루블화가 30% 폭락하자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는 긴급 조치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러시아의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출렁이는 이유는 장부상의 외환보유고와 실제 외환보유고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마이클 번스탬 연구원에 따르면 6310억 달러의 보유 외환 중 러시아 중앙은행이 현재 손에 쥐고 있는 12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어 중국 국채로 보유한 외화 자산이 840억 달러(101조원)이고 금으로 보유한 자산은 1390억 달러(167조4000억원)다.
보유 외환 중 65%가 넘는 4000억 달러(482조원)는 뉴욕과 런던, 베를린, 파리, 도쿄 등 외국의 금융기관에 보관돼 있다. 외국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의 외화자산은 국제사회의 제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국제사회가 금융제재를 통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국 은행의 외화자산을 동결할 경우 4000억 달러라는 거액이 묶일 수 있다. 실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에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중국 국채 중 일부를 현금화해 위안화를 손에 쥔다고 해도 해외 주요 기업들이 위안화 결제를 거부 또는 꺼려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실탄은 현재 12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러시아가 이날 러시아 수출기업에 외화 수입 80%를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를 내린 것도 러시아의 다급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퍼슨 미국 국방대학 교수는 "루블화가 붕괴할 경우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예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부 기자 interde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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