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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눈 떠보니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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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시론] 눈 떠보니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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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엔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그 지위가 격상된 최초의 국가가 됐다. 한국은 선진국인가? 최근 출간된 ‘눈 떠보니 선진국’이란 책에서 박태웅 저자는 "한국은 갑자기 선진국이 되어 몸집은 커졌지만 각종 사회 지표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비대칭을 바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지난 60년간 영·미식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물론 유엔(UN)에 가입한 195개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경제와 도시개발의 ‘속도’에서는 세계 최고 성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출산율, 남녀평등, 노인빈곤율, 자살률, 국민행복도 면에서 100위권 밖으로 처지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성적표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와 세계 최저 수준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이한 상태가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양면 모두 세계 톱10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군사력과 국내총생산(GDP) 같은 하드파워 면에서 세계 10위권 국가로 성장했다. e커머스 시장 규모 세계 5위, 군사력 6위, 수출 7위, GDP 세계 9위다. 특히 교통과 통신 인프라, 의료 시스템, 인터넷 속도와 품질은 세계 1위로 인정받고 있고 도시 간 이동과 지하철, 고속철 등 교통 가성비는 독보적 수준이다. 한국, 일본, 영국의 고속철도 속도와 요금을 비교해보자.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280㎞를 이동하는 데 우리는 90분, 4만원의 요금인 데 비해 비슷한 거리인 도쿄에서 후쿠시마까지의 신칸센 소요시간은 95분, 요금은 11만원이다. 영국의 경우 런던에서 체스터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시간은 120분, 요금은 11만원이다. 소요시간과 요금만 감안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 이동 가성비를 달성한 모빌리티 선진국인 것이다.

이 같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이탈자는 2010~2016년 7년 동안 6961명인 데 비해 2017~2019년 3년 동안 1만1352명으로 크게 늘었다. 2017년 이후 한국 국적 포기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하고, 0.92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여성 그리고 빈곤 노인이 바라보는 한국은 헬조선에 가까워 보인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과 헬조선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가진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마지막 고비가 있다. 바로 사회 신뢰 구축이다. 정치인, 경제인을 비롯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윤리지능을 높여야만 고신뢰 국가 건설이 가능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출산 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는 더욱 존중받아야 한다.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문제점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이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전 국민이 모두 나서야 한다. 한국 사회의 윤리지능을 한 단계만 더 높이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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