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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책당국의 가계부채 대응,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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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김홍범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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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를 의식한 통화당국(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과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정책 의지 공표가 최근 눈길을 끈다. 지난 8월 말, 한은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소폭 인상했다. 9월 초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천명했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관리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공개적으로 다짐하기도 했다. 두 정책당국의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가계부채 관리는 원인치료(부동산시장 안정화)가 아닌 대증요법에 가깝다. 작금의 가계부채는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의 예고된 실패가 빚어낸 집값·전셋값 급등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정책의 전면개편을 현 정부에 기대할 수 없음은 세상이 다 안다. 남은 카드는 가계부채 관리뿐이다.

2019년 3분기를 저점으로 상승국면에 들어선 가계부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가계신용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기준). 한은과 금융당국은 문제가 지금처럼 커지기 전에 시장과 진작 소통했어야 한다.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작년(2020년) 중반엔 가계부채로 인한 시스템 위험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정책 의지로 시장을 리드했어야 한다.


우리 경제는 2010년대 중반에도 가계부채 급증을 익히 경험했었다. 2014년 8월, 전 정부의 '새 경제팀'은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해 대출비율(LTV·DTI) 규제를 완화했다. 한은도 같은 해 8월을 시작으로 10개월간 기준금리를 4회 연속 인하했다(총 1%p 인하). 가팔라진 상승국면을 타고 가계부채는 27개월간(2014.9~2016.12) 286조나 증가했다.


묘하게도 그때를 빼닮았다. 2019년 중반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규제 강화로 시장불안이 켜켜이 쌓이던 때였다. 그해 7월을 출발로 한은은 10개월간 기준금리를 4회 연속 인하했다(총 1.25%p 인하). 이내 상승국면을 맞은 가계부채는 24개월간(2019.6~2021.6) 249조나 늘었다.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몰두하던 금융당국도 17개월간(2019.6~2020.10) 침묵했다.

물론 두 당국이 가계부채만 보며 정책을 결정하진 않는다. 작년 초에 불거진 코로나19 위기를 감안하면, 2010년대 중반과 최근 2년의 단순 비교도 무리일 수 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2019년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하면서 한은은 그로 인한 금융불균형의 누적 가능성에 어떤 사전 대비를 했나. 기준금리와 가계부채 간 동학(dynamic)을 이미 생생히 학습했던 한은 아닌가. 2020년 중반 확연해진 가계부채 급증세에도 한은과 금융당국이 관리에 즉각 나서지 않은 건 왜일까. 요컨대, 이들 정책당국의 요즘 움직임을 뒷북 대응이 아니라 하긴 어렵다.


개선책은 무엇일까. 첫째, 금융안정에 특화된 거시건전성정책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거시건전성을 다루는 비공식 장치라 알려진 '거시경제금융회의'는 7년 전에도, 이번에도 가계부채 문제를 적시에 의제로 다룬 적이 없다. 둘째, 한은은 자신의 법적 독립성을 실제적 독립성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치권과 적정 거리를 두려는 자체 노력이 관건이다. 한편, 금융당국의 문제는 20년이나 미뤄온 감독개편으로 풀 일이다.


김홍범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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