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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투명 망토·신의 방패…상상을 현실로, '메타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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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자연계 존재 않는 메타물질 만들어 '신의 영역' 넘본다
초박막렌즈 등 일부 기술 실용화 단계
비용, 기술적 한계, 유연한 구동 성능 확보 등 관건

영화 '원더우먼'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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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퀴즈 하나. 인류의 역사를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정답은 소재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 등을 구분하는 것은 그 시대 주로 쓰였던 '소재'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인류는 철기 시대에 접어 든 후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비약적인 생산력ㆍ과학기술 발전을 이뤘다. 바야흐로 이제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소재를 스스로 창조해 쓰는 시대로 도약하고 있다. 바로 메타물질(meta materials)이다. 모습을 숨겨 주는 해리포터의 '투명망토', 뭐든 막아 내는 원더우먼의 방패 '아이기스' 등 초능력을 가진 영화 속 물질들이 인간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다.


◇메타물질이란?

메타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초월한’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이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성질을 가진 물질들을 총칭한다. 인간이 기존 재료를 섞거나 분리해 합금, 고분자 물질 등을 만들던 것을 뛰어넘어 아예 새로운 물질을 창조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학술적으로는 자연에서 얻은 물질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도록 인공적으로 배열 및 설계한 물질을 뜻한다. 특히 빛ㆍ에너지의 파장보다 작은 인공원자들로 이루어진 구조들의 집합체를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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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물질은 이로 인해 빛과 국소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빛의 위상, 세기, 진행 방향 등과 같은 다양한 특성을 변화시킨다. 가장 많이 거론돼 유명해진 메타물질의 용례인 ‘투명망토’가 빛의 굴절률을 변화시켜 사람이나 물건의 모습을 숨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투명망토의 기본적인 원리는 신기루 현상으로, 굴절률 차이에 의한 빛의 꺾임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매질의 굴절률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해 빛을 원하는 형태로 꺾어지게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특정한 물체에 빛이 도달하지 않도록 만들게 되면 투명망토 구현이 가능하다. 수백㎚ 크기로 정밀하게 설계된 메타물질은 빛이 투명망토를 뒤집어 쓴 사람을 우회해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함으로써 마치 시공간에서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되는 원리다.

과학자들은 빛(광파)뿐만 아니라 전자기파, 지진파나 음파, 수면파 등 모든 에너지의 파동을 메타물질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메타물질이 빛의 속도를 늦추거나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곧 타임머신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메타물질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데, 전자빔ㆍ이온빔 등의 고에너지 빔을 쏘아 모재를 나노 크기로 깎아나가는 방식인 톱다운 공정법, 나노 재료를 레고와 같이 쌓아나가는 보텀업 공정법이 있다.


◇이미징·디스플레이 적용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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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물질의 개념은 1969년 러시아의 물리학자 베셀라고가 빛이 음으로 굴절하도록 하는 가상 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립되기 시작했다. 1999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펜드리 교수가 협대역(narrow-band)에서 음의 투자율을 실현할 수 있는 인공 원자 구조를 제시했고, 2000년 미국 듀크 대학의 스미스 교수가 음굴절률을 가진 메타물질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메타물질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항공우주산업, 사회 기반 시설 모니터링을 위한 초정밀 센서 개발, 자율주행차를 위한 라이다(LiDar)등에 활용될 수 있다. 또 지진파를 막아줄 수 있는 지진피해 방지 건물, 비행기ㆍ탱크ㆍ함정의 스텔스 기능, 초박막 렌즈, 음파 센서의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초박막 렌즈 기술은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를 바꿀 10대 차세대 기술로 선정할 정도로 유망한 기술이다. 메타물질이 가장 먼저 상용화될 수 있는 부분이 이미징 및 디스플레이 분야일 것으로 꼽히는 이유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카메라의 ‘카툭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팀이 개발한 메타물질이 도포된 ‘메타렌즈’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의 렌즈를 최대 1㎛ 수준으로 줄여 초고성능의 초박막렌즈로 만들어 스마트폰의 또 다른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초박막렌즈 기술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웨어러블 컴퓨팅에도 적극 활용돼 ‘구글 글래스’ 같은 얇은 안경 하나만으로도 현재의 초고성능 컴퓨터를 능가하는 ‘메타버스’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기술·비용 등 숙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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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전자기파를 튕겨내지 않고 흘려 보내는 스텔스 기능도 이미 미 국방부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연구돼 차세대 전투기ㆍ함정 등에서 구현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차량 윗부분에 달린 라이다를 헤드라이트로 옮길 수 있도록 센서ㆍ렌즈 기능이 복합된 메타물질 소재를 만드는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노 교수는 "(나노물질을 도포하는 방식의) 초박막렌즈는 카메라, 초고분해능 현미경, 윤곽선 검출을 통한 이미지 인식 기술,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스캐닝해 물체의 깊이 정보를 파악하는 라이다 기술과 같은 이미징 기술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염료 없이 나노 구조의 특성만으로 색을 내는 구조색 기반 반사형 디스플레이나 홀로그램 생성 장치를 통한 3차원 증강ㆍ가상현실 디스플레이 기술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재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험실’ 수준이 대부분이다.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매우 비싸고 가공이 어렵고, 무엇보다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나노 생산기술이 아직까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메타물질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동 구동 기술도 아직은 테스트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메타물질들은 손톱만한 크기의 실험용 수준인데, 비용이 5000만~1억원이나 드는 데다 유연성ㆍ능동 구동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노 교수는 "과학이 기술이 되는 데에는 보통 50년이 걸린다"면서 "메타물질의 개념이 정립되고 연구가 시작된 지 20년 정도 지났으니 앞으로 30년 안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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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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