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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아이언맨' 개발…"한국이 첫번째 나라 될 수도" [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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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을 연기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이언맨을 연기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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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려는 데 눈물이 나더라. 로봇을 이용했지만 일어섰다는 데 의미가 컸다."


영화 속 '아이언맨' 개발…"한국이 첫번째 나라 될 수도" [과학을읽다] 원본보기 아이콘

하반신 마비 장애인 김병욱(47·사진)씨는 2015년 의료진의 권유로 웨어러블 로봇을 처음 착용하고 보행하는 데 성공했던 순간에 대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회상했다. 그는 20대였던 1998년 갑작스런 뺑소니 사고로 하반신 전체가 마비된 후 20년 넘게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 왔다. 그러던 중 만난 웨어러블 로봇은 그에게 마치 신화 속의 구세주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제공했다. 김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말 시속 3.2km라는 놀라운 보행 속도를 기록하며 웨어러블 로봇 국제 경진 대회인 '사이배슬론'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김씨는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처음 섰던 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아내 몰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첨단 로봇ㆍICT, 소재,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는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다. 어느 작가의 말 처럼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김씨의 경우 먼 미래로 느껴지던 영화 속 '아이언맨'이 이미 상상이 아니라 현실화되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한국은 아이언맨의 핵심 기술인 웨어러블 로봇 제작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최선두 주자로 꼽힌다. 영화 속에서 아이언맨이 인공지능 '자비스'를 구동시키는 홀로그램 기술도 한국 연구진들이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제 아이언맨을 완성할 첫 번째 나라는 한국일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흘러 나온다. 국내 관련 핵심 기술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살펴 보자.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M. 사진제공=엔젤로보틱스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M. 사진제공=엔젤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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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웨어러블 로봇 개발 현황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입는 로봇 또는 착용형 로봇이라 불리며 인간의 운동 능력 및 근력을 보조ㆍ증강하기 위해 인체에 착용ㆍ결합돼 인간과 함께 동작하는 모든 로봇을 말한다. 최근들어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장애인, 신경ㆍ근골격계 환자, 노약자 등을 위한 보조ㆍ재활 분야, 물류ㆍ제조ㆍ건설ㆍ서비스 분야 등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량ㆍ저가형 웨어러블 로봇 개발도 치열하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2023년까지 로봇 산업 글로벌 4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며 웨어러블 로봇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특히 의료 분야 웨어러블 로봇은 한국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팀과 연세대 등이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한 '워크온슈트'를 입은 김 씨가 3분47초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워크온슈트는 고강도의 재질에 25kg의 무게를 지녔지만 특수한 설계와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느끼는 장비의 무게감이 거의 없다. 지팡이를 짚지 않아도 1분 이상 직립이 가능하기도 하다. 또 정상 보행 패턴을 기반으로 한 보행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해 시간당 최대 3.2km/h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일반인들의 보행속도(시간당 2~4km/h)와 견줄 수 있는 기록으로, 세계적으로 보고된 하반신 완전 마비 장애인의 보행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뿐만 아니라 앉았다 일어나기, 계단 오르기, 험지 보행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행동들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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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교수는 이같은 기술을 활용해 엔젤로보틱스라는 스타트업을 창업, 2017년 LG전자의 투자를 받는 등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하지불완전마비용 '엔젤렉스M' 등 일부 제품을 출시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환자의 보행 훈련과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공경철 교수는 "걷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요즘은 또 바깥 생활을 하기 힘든 시절"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가정용 보행 재활 치료 로봇을 완성해 많은 분들에게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세계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이스라엘, 미국, 일본 등의 선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이 곧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GEMS) HIP'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 말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로보틱스 산업 진출 의사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서울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서강대 산학협력단 등도 하반신 마비 장애인ㆍ노약자 등의 보행 지원을 위한 웨어러블슈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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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더욱 더 활발하다.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고령화가 심한 상태에서 로봇의 도입으로 근로자들의 노동 보조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실증 사례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현대차 의왕연구소가 지난 2015년 '산업 노동 지원을 위한 착용식 근력 증강 로봇'을 개발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과 연구가 활발하다.


◇ 홀로그램 인터랙티브 기술


영화속 아이언맨은 홀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 '자비스'와 소통한다. 텅빈 공간에 가상의 화면과 키보드가 떠오르고 이를 통해 명령과 정보를 입력하는 미래형 인터랙티브ㆍ햅틱 홀로그램 기술이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같은 미래형 기술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 역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한국 연구진이다. 지난해 11월 '증강/가상현실 구현을 위한 메타표면 기반 평면렌즈 및 복소 홀로그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팀이 그 주인공이다.

초소형 가변형 홀로그램 장치 모식도. 그림 제공=한국연구재단

초소형 가변형 홀로그램 장치 모식도. 그림 제공=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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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적으로도 투명 망토ㆍ슈퍼렌즈 등 새로운 광학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타 물질'을 활용해 미래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 개발된 메타 표면 기반 평면 광학 장치들은 한번 제작하고 나면 소자의 특성을 바꿀 수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즉 수동형 메타물질로 구현돼 처음 입력된 하나의 이미지 밖에는 띄우지 못한다. 노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변형 광학 재료인 액정을 평면 광학 장치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를 통해 제작된 메타 표면 기반 평면 광학 장치는 입사되는 편광에 따라 서로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특히 나노 구조의 기하학적 위상(기하학적 특성에 따라 나노 구조로부터 투과 또는 반사되는 빛의 위상) 및 지연 위상(특정한 굴절률을 가진 나노 구조로 빛이 투과ㆍ반사될 때 빛이 느려지며 갖게 되는 위상)을 동시에 사용해 입사 되는 우원 및 좌원 편광에 따라 고화질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다.

손가락 터치만으로 홀로그램 이미지를 변조하는 장치 모식도. 그림 제공=한국연구재단.

손가락 터치만으로 홀로그램 이미지를 변조하는 장치 모식도. 그림 제공=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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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또 메타 표면 장치에 특별하게 고안된 액정 기반 광변조기(빛의 세기 및 위상, 편광의 정보를 외부 자극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결합했는데, 이 변조기를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했다. 전기, 온도 및 터치에 반응하는 액정셀을 자작해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해 재생되는 홀로그램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변조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연한 것이다.


노 교수는 "터치 반응형 메타 홀로그램 소자는 가벼운 손가락 터치만으로 홀로그램 이미지를 바꿀 수 있어 영화에서 나오는 미래형 인터랙티브ㆍ햅틱 홀로그램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충격에 민감한 고가 미술품ㆍ상품에 부착 가능한 충격 감지 센서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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