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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평생 번 거 다 날리고 있다"…등교 확대에도 문구업계 여전히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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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이후 세 번째 학기…찾는 사람 없는 문구거리 휘청
"올해는 정말 버틸 수 있을지…" 손님 없어 재고 정리만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의 모습. 손님이 없어 거리는 한산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의 모습. 손님이 없어 거리는 한산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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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초영 기자] "작년에도 억지로 버텼는데 올해는 정말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2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작년 초 이후 세 번째 학기가 시작됐다. 등교 확대 방침에 따라 등교하는 학생의 수는 늘었지만 최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는 여전히 한산했다. 장사 준비를 마치고 가게 문을 열긴 했는데, 손님이 없어 가게 한편에서 재고 정리를 하는 상인만 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문구거리 자체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년 동안 창신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해 왔다는 김 모(56)씨는 개학하고 손님이 늘었냐는 질문에 "조금 늘었다"며 "어쨌든 애들 학교는 보내자는 식으로 결정이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준비물 목록을 받고 방문한 학생들이 조금 있었다"며 "학교에 납품하는 것도 작년엔 아예 없었지만, 올해는 조금 생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에 100 정도 벌었다고 하면 작년에는 100중에 10 정도 벌고 올해는 20 정도 벌었다"며 "올해도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년에 주변으로부터 '그게 버는 거냐' '때려치워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토로하며 "그래도 퇴직 후 내 장사하고 내 가게 갖는 게 모두의 꿈 아니냐. 다들 버티는 거다. 버텨야 볕들 날 온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거다"라고 호소했다.

가게에는 이따금 5000원 미만으로 스티커 혹은 필기구를 사가는 손님이 방문했다. 김 씨는 "그래도 손님이 와주셔서 감사할 뿐이다"라며 "내 가게는 내가 지키지, 누가 지키냐"고 하소연했다.


상황은 조금 나아졌나는 질문에 또 다른 상인들은 "지금 한번 보시라. 보면 모르시겠냐"고 짧게 말했다. 상인들은 "작년에도 억지로 버텼는데 올해는 정말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구거리의 한 상점. 드문드문 결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5천원 미만의 금액이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문구거리의 한 상점. 드문드문 결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5천원 미만의 금액이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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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창신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해온 양 모(72)씨는 "재고 때문에 문을 닫고 싶어도 닫지 못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양 씨는 "요즘은 학교에서 문구류를 다 줘서 가게에 사러 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작년부터 계속 적자다. 진짜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옛날엔 월 1000만원 정도 팔았다면 이젠 300만원 정도 판다"며 "판매하는 게 없으니까 세금 내는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백신접종을 시작했으니 그래도 곧 나아지지 않겠냐는 질문엔 고개를 젓기도 했다. 가게의 주 고객층인 학생들은 현재 접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양 씨는 "당장 학생들이 맞는 게 아니라서 솔직히 기대가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처지에선 별로 큰 기대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텅 빈 한 문구점의 모습. 취재하는 동안 손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텅 빈 한 문구점의 모습. 취재하는 동안 손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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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평이 넘는 매장 크기를 자랑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매상이라고 소개한 한 가게의 점주는 "평생 번 거 다 날리고 빚만 늘어가고 있다"며 "1년에 3억~4억씩은 적자를 보고 있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예전엔 신학기 땐 2월1일부터 바빴다. 한 달간 바빴는데 이젠 2~3일로 끝이다"고 전하며 "보통 신학기에 하루 700만~800만원은 팔아야 하는데, 작년부터 50만원을 넘어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억지로 버티는 거다. 물건값 결제도 못 하고,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내가 가져가는 건 하나도 없다"고 토로하며 "있는 거 없는 거 다 대출받고 빚내서 버티고 있는데 1년이 더 간다니 현실적으로 감당이 되겠나"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지원금 100만원, 200만원으론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된다"며 "여기도 곧 명동처럼 거의 다 닫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띄엄띄엄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체로 문구류를 구경하러 온 성인들이었다. 휴가를 맞이해 문구거리에 구경을 나왔다고 소개한 20대 A씨는 "여기가 문구거리 중에서 가장 유명해서 왔다"며 "사실 매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잘못 왔나 싶었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문구거리의 또다른 한 상점. 상점 주인 이 모(53)씨는 취재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문구거리의 또다른 한 상점. 상점 주인 이 모(53)씨는 취재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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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장사한지 20년이 넘었다고 소개한 이 모(53)씨는 작년보다 올해는 조금 나아졌나는 질문에 "작년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씨는 "작년엔 정말 고생했다. 죽을 뻔해서 떠올리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하루하루 피가 말렸다.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참고 버텼다"며 "진짜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던 거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재난지원금 지원대상 선정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씨는 "어차피 이쪽은 도매니까 매출은 나온다. 근데 매출에서 걸려 재난지원금도 못 받았다"며 "매출은 나와도 수익이 안 나는데 왜 몰라주냐"고 호소했다.


이어 "백신 접종으로 인한 기대감보단 등교로 인한 매출 효과가 큰 것 같다"며 "이쪽은 확실히 등교를 해야 (매출이) 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일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지원 대상은 3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280만명) 때보다 105만 명 늘어난 385만 명이다. 4차 지원금 규모는 6조7천억원으로 버팀목자금보다 2조6천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각종 방역 규제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진 점을 고려한 조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2조5천억원 규모의 별도 지원책도 마련했다. 시중은행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취약 중소기업에 2천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추가 공급한다.


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을 돕기 위해 2분기 중에 4조5천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과 5천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도 발행한다. 소상공인의 온라인플랫폼 진출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2분기에 100개 전통시장의 1천400개 점포에는 30억원 규모의 지원 또한 이뤄질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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