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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면박주다 끝난 산재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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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도쿄에서 신사참배 갔죠?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사가 아니라 절입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22일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때아닌 신사참배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10년 넘게 비판해온 정대택씨가 제보를 받았다며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등 곳곳에 퍼뜨리고 있는 내용인데, 산업재해 청문회장까지 끌려 나왔다. 이날 청문회에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겨냥해 "요추부 염좌상은 주로 보험사기꾼이 낸다(김웅 국민의힘 의원)"고 비꼬기도 했다. 쿠팡의 외국인 대표에겐 "한국 대표는 한국어도 해야 한다(임종성 민주당 의원)"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자가 사고로 숨지는 일을 막고 현장이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을 찾아보자는 당초 청문회 취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문회라는 게 본디 어떤 정책·입법 결정에 앞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나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는 일이 드물다. 의원 입장에서도 7~8분가량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한편 원하는 답을 이끌어 낼 만한 송곳 질문을 해야 한다. 묻고 답하기 식으로 흘러가는 일은 잘 없다. 자칫 의원의 질문보다 증인 혹은 참고인의 답변이 더 길어질 수 있어서다. 듣기 위한 자리지만 실상은 말하는 자리인 셈이다. 산업재해가 잦은 곳이라며 콕 집어 불려나온 만큼 가뜩이나 움츠려 있을 법한 대표들은 ‘미안하다’ ‘앞으로 잘하겠다’ 식의 답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청문회가 관심을 끌었던 건 결정권을 가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9명을 강제로 부른 데다 그간 사고현장에서 스러져간 노동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톺아보며 새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기대감 등이 한데 맞물렸기 때문이었다. 과거 5공 청문회에서 고(故) 노무현 당시 의원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타박하며 스타로 떠오른 기억을 못 잊어서일까. 그래도 그때는 서로 간의 진심을 담은 대화의 외양을 띠었다. 30여년이 지난 2021년, 7시간 가까이 오간 논의 끝에 남은 게 CEO를 향한 면박뿐이라면 그 자체로 참담한 일일 테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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