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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집값 잡자고 도시 공간구조까지 흔들 것인가

최종수정 2021.01.25 11:30 기사입력 2021.01.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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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집값 잡자고 도시 공간구조까지 흔들 것인가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인프라가 있다. 605㎢에 달하는 도시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전철망이다. 역 수만 줄잡아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각 역간 평균 거리가 800m니 웬만한 지역이라면 10분만 걸으면 전철역 하나는 만난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에서 ‘역세권’이란 표현이 무의미해진 이유다.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뛰는 집값에 절치부심하던 정부에 서울 시내 전철역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획기적, 또는 특단의 공급 확대를 천명한 정부가 ‘역세권’ 개발을 공급 확대의 3대 핵심축으로 제시하면서다.

핵심 방안은 현재 200~250% 수준인 역세권 주거지역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현재 300m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역세권 범위를 500m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역사와 연결된 대로변은 사실상 모두 이론적으로 고밀 개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줄잡아 서울 시내 역의 3분의 1인 100곳이 이런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도를 확 높여 부족한 집을 짓자는 거다. 공급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정부의 태세 전환은 언뜻 반길 일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에서 이 같은 반응은 두드러진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집 짓자고 도시 망가뜨리자는 거냐"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정부가 역세권 용적률 확대를 위해 서둘러 개정에 나선 것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시행령이다. 2002년 당시 기존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을 통합해 만든 국토계획법은 국토를 어떻게 관리, 보전, 이용할지를 규정할 때 준거가 되는 최상위법이다. 크게는 도시 개발과 대규모 산업단지는 물론 심지어 시골의 조그만 농막 하나 짓는 것 하나까지 궁극적으로 이 법이 마련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는 부족한 집 짓겠다고 엄격하게 지켜온 도시의 공간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정부 방안대로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현재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250%다. 준주거지역으로 바꿔 이를 700%까지 높이면 밀도가 3배 가까이 높아진다. 과거 ‘닭장’ 수준이라고 비난했던 아파트 용적률이 300%를 조금 넘었던 것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밀도다. 땅 면적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 지금보다 2~3배 많은 사람이 비집고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주거 환경은 악화된다. 사람이 느니 인프라 부족 문제까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반문한다. "도시 구조까지 뒤흔들어 집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왜 멀쩡한 재건축·재개발은 틀어막고 있느냐"고.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멈춰 있는 상당수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풀면 무리한 고밀 개발 없이도 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 안정’은 시급한 정책 목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도시 계획의 기본 틀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역세권 고밀개발’이 진지한 도시공간 구조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통해 이뤄진 결정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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