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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처녀막 골라달라" 리얼돌, 여성 질막까지 옵션으로…여성 비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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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에 여성 질막 옵션으로 넣고 판매…표기는 '처녀막'으로
일부 남성들 '처녀막 있어야 순결한 여자' 그릇된 여성관 반영 지적
여성계 앞서도 '리얼돌 극단적 성적 대상화' 우려
전문가 "언제든 침해 가능한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 의지"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리얼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리얼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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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일부 리얼돌 업체가 구매 옵션으로 여성의 질막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여성 비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질막'을 '처녀막'으로 표기, 처녀막이 있어야 순결한 여자라는 일부 남성들의 잘못된 여성관을 그대로 리얼돌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는 남성이 사용하는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한 리얼돌 업체는 판매 옵션으로 여성의 질막을 고르게 하고 있다. 또 질막의 표기는 '처녀막'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성이 처녀막이 있는 옵션을 선택하면 구입가는 더 오른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 사이에서는 리얼돌이 남성들의 단순 성기구가 아닌 여성을 극단적으로 비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질막을 처녀막으로 표기한 점, 처녀막이 있어야 순결한 여자라는 일부 남성들의 여성관을 그대로 리얼돌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대 대학생 여성 이 모 씨는 "리얼돌은 원래 단순한 성기구가 아니라는 비판이 많았다"라면서 "결국 여성의 질막까지 돈을 받고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런 상황이 리얼돌이 성기구가 아닌 남성들의 잘못된 여성관을 채워주는 도구인 증거다"라면서 "하루 빨리 리얼돌 판매에 대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회사원 여성 김 모 씨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김 씨는 "결국 단순 성기구라는 리얼돌은 질막을 넣는 등 남성들의 환상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면서 "리얼돌 업체들이 이를 추가로 고르게 하고,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예의도 없을뿐더러 심각한 여성 비하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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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여성계에서는 리얼돌 판매에 대해 여성에 대한 극단적 성적 대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게시된 리얼돌 판매 금지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가졌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리얼돌로 촉발된 여성 비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A 업체는 '섹X인형'이라며 리얼돌 판매에 나섰다. 이 업체는 리얼돌에 대해 키 120cm 라고 홍보했다.


키 120cm는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이다. 사실상 '8살 여아 리얼돌'인 셈이다. 이 리얼돌을 구매하는 사람은 초등학생과 비슷한 리얼돌을 이용해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한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업체는 논란이 지속하자 판매 중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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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에 대한 여러 문제는 한국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아마존 웹사이트 내 리얼돌 거래 실태를 고발한 영국 BBC 보도에서 앤 롱필드 아동위원회 위원장은 "아이처럼 보이려고 제작된 이 인형들은 역겹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형들은 분명 한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목적 때문에 진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영국 국립아동학대예방협회는 "인형을 사용하면 잠재적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법이 제정될 때까지 아마존 같은 업체는 비도덕적인 인형 판매를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리얼돌은 결국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가 지난해 10월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과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보면 윤 교수는 리얼돌에는 남성의 잘못된 여성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리얼돌을 이용한 성적 해소에 대해서 윤 교수는 "수동적이며 언제든 침해 가능한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 의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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