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 '남산타워 뷰' 자택 공개 이후 논란
재산·방송활동 등 비판받자 활동 중단 선언
불교계 "승적부에 '안거 성만' 기록 없어"
홈페이지로 "봉암사 산철 수행 승려" 소개
16일 불교계에 따르면 미국 국적자 혜민스님은 정식으로 조계종 승려가 된 2008년 이후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방식인 안거 수행에 참여한 기록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부동산 보유 등으로 각종 구설수에 오른 끝에 활동 중단을 선언한 혜민스님이 12년간 '안거(安居)'수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불교계에 따르면 미국 국적자 혜민스님은 정식으로 조계종 승려가 된 2008년 이후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방식인 안거 수행에 참여한 기록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거는 승려가 여름과 겨울철에 각 석 달간 외부 출입을 끊고서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의미한다.
혜민스님은 1990년대 후반 미국 불광선원 주지인 휘광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0년에는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예비 승려가 됐고, 2008년에는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됐다.
이후 그는 2012년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해당 서적은 국내 누적 판매 부수가 300만부를 넘겼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혜민스님은 또 서울과 부산에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명상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 출신인 다니엘 튜더와 명상 앱 '코끼리'를 출시하는 등 명상을 아이템으로 한 IT사업을 시작했다.
혜민스님은 명상을 아이템으로 한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쳤지만,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과 사찰에서 열리는 안거 수행에 전념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교계 관계자는 "스님이 석 달간의 안거를 마치면 승적부에 언제 어디서 안거를 했다고 올리나 혜민스님이 안거를 성만(成滿)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참선 수행을 중요시 여기는 국내 불교계에서는 안거에 몇 차례 참여했는지를 승려의 수행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수행이 깊은 스님을 소개할 때 성만한 안거 횟수가 몇 회나 되는지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년 안거에 참여하는 승려는 하안거, 동안거 각 2천명씩 약 4천여명이다.
혜민스님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산철 봉암사에서 수행하는 조계종 승려'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산철은 안거가 아닌 시기를 말한다. 조계종은 산철 수행을 공식 안거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혜민스님은 조계종 특별 수도원인 경북 문경의 봉암사에서 한 달 안팎인 산철 수행에 몇 차례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혜민스님은 7일 방송된 tvN '온앤오프'를 통해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도심의 자택 등을 공개했고, 이후 불교계 등에서는 평소 그의 언행과 배치된다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현각스님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차례 글을 올려 혜민스님을 맹비난했다.
현각스님은 혜민스님에 대해 "석(속)지마, 연예인일 뿐이다. 일체 석가모니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일 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게시글에서 혜민 스님이 자택을 공개한 방송 장면을 올리면서 "그는 단지 사업자/배우뿐이다. 진정한 참선하는 경험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혜민스님은 결국 전날 늦은 밤 트위터에 글을 올려 대외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혜민스님은 해당 글에서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면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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