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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 新풍속도…이사비·성공보수까지 '사회적 비용' 초래

최종수정 2020.10.30 11:30 기사입력 2020.10.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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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3개월
전세난 심화, 월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이사비, 구경비, 성공보수, 위로금까지 신 풍속도 생겨나
"표면적으로 세입자 주거 안정됐으나 예상치 못한 사회비용 발생"

전세시장 新풍속도…이사비·성공보수까지 '사회적 비용' 초래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 구로구 개봉동 아파트를 소유한 40대 A씨는 내년 봄 집을 비워주는 대가로 세입자에게 위로금 5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집주인이 실거주할 경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70대인 세입자가 "법이 바뀌어서 2년 더 살 수 있다"고 막무가내로 버틴 탓이다. A씨는 "젊은 사람들도 헷갈리는 법이 어르신들에게는 오죽할까 싶다"며 "법적 다툼까지 벌일 일은 아니다 싶어 위로금을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ㆍ월세상한제 등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된 지 석 달이 지나면서 전ㆍ월세시장에 전에 없던 현상들이 잇따르고 있다. 매물 부족과 가격 급등 속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신풍속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이사비 지원이 보편화되고, 전세난에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성공 보수 경쟁까지 일고 있다. 세입자를 낀 매매 물건은 매수자들이 꺼려하면서 시세가 일반 매물보다 1억원 이상 낮게 형성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세입자가 최소 4년간 주거 안정을 보장받게 됐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 △△금의 등장

330일 일선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이사비, 구경비, 성공 보수비, 위로금 등의 다양한 추가 비용이 전ㆍ월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사비가 대표적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요구하면서 생긴 비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계약갱신청구권 미행사 조건으로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주고서야 경기 의왕 아파트를 처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시적 2주택자 등 내 집 처분이 급한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세 품귀 현상에 세입자가 집을 보러 오는 새 세입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집 구경비' 5만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왔다.


세입자 역시 부담이 늘긴 마찬가지다.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집을 구해주는 대가로 공인중개사에 '성공 보수'까지 줘야 할 판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새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C씨는 "도저히 인근에서 매물을 찾기가 힘들 것 같아 중개업소 측에 중개수수료 외에 추가로 성공 보수를 챙겨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新풍속도…이사비·성공보수까지 '사회적 비용' 초래


◆"법 바뀐거 아시죠?" VS "세입자 면접 봅니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와 집주인은 잠재적 갈등 관계로 내몰리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9월 중순까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1만4830건으로 전년 동기 8614건 대비 60% 가까이 급증했다. 명도소송 등에 대비해 집주인과 세입자 중 누구의 권리가 우선하는지 증명하기 위한 내용증명, 통화 녹음은 필수가 됐다.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내용증명 작성법, 내용증명 보내는법 등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집주인들은 자구책으로 세입자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소득·재직 증명서를 요구하는 한편 반려동물·자녀 등에 관한 질문들도 한다. 경기 남양주 다산동 아파트를 전세 준 D씨는 "앞으로 새 세입자를 찾을 때는 집을 깨끗하게 쓸 것 같은지 또는 계약만료 때 상식적으로 행동할 사람들인지 깐깐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밥 신세 된 전세 낀 매물

세입자와의 갈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때 갭투자용으로 인기를 끌던 전세 낀 매물은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찬밥 신세가 됐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매물은 전셋값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데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시 새 집주인의 입주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집주인 실거주 매물과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전세 낀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전용면적)의 경우 입주가 가능한 매물은 18억원대까지 호가하는데, 전세 낀 매물은 1억원 이상 낮은 15억5000만원~16억원대 급매물이 나와 있다. 아현동 E 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공인) 관계자는 "잘 관리됐는데도 전세가 껴서 한 달 넘게 안 나가는 집이 있다"면서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등기 이전을 못하면 새 집주인이 입주를 못하게 되니 갭투자용이라도 계약 기간 6개월 이상 남은 매물만 찾는다"고 설명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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