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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vs '피해호소인' 용어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종수정 2020.07.15 13:35 기사입력 2020.07.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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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폭력 의혹 사건 고소인 지칭 용어 논란
민주당 등 여권 '피해호소인', 고소인 측 '피해자' 표현
시민들, 무죄추정 등 고소인 지칭 표현 놓고 엇갈린 의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비서 A 씨를 지칭하는 말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 시장을 성폭력 혐의 등으로 고소한 A 씨를 '피해 호소 여성', 또는 '피해호소인' 이라 말하고 있다. 반면 시민들 사이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라고 분명히 밝히는 게 적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이 용어를 쓰고 있는 단체는 A씨 측을 대리해 기자회견을 연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다. A 씨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면서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피해 호소인','피해 호소 직원' , '피해 호소 여성'은 이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자주 나오는 용어로 민주당에서 지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15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당 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박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하며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거듭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주길 바란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과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피해 고소인'이라 표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박원순 시장님의 장례를 무겁게 마무리했다. 고인을 보낸 참담함을 뒤로하면서 이제 고인이 남기신 과제를 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0일 찾은 박 시장 빈소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 호소인'이라고 생각한다.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통용하고 있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에 대해 일부에서는 박 시장 사망으로 사실관계를 가릴 수 없어 '피해자'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 "피해 호소 여성이 무슨 뜻이냐. 또다시 그 빌어먹을 무죄 추정의 원칙인가"라며 "피해자라는 말을 놔두고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생소한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것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이날 이 대표의 사과를 놓고 "그 사과 다시 하라. '피해자'는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만 있는데, 왜 사과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또 "피해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규명할 의지도 없다면서, 그 놈의 사과는 대체 뭘 '근거'로 하는 건가 사과를 하려면 사과할 근거부터 마련한 다음에 하라.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이지 '피해 호소인'에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도 15일 불교방송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2차 가해를 더 조장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 단어 속에 여당의 생각들이 다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30대 직장인 A 씨는 "피해자가 아닐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또 다른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나"라면서 "안타깝지만 차분히 좀 지켜보는 게 정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 씨 역시 "피해호소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정확한 말이다"라며 "피해자로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피해자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해자로 말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 20대 중반 직장인 C 씨는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면 뭘 말하는지 누구나 다 알 것이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피해자로 봐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호소인이라 말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만 보고 말하는 게 아닌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용어 논란에 대해 내부 규정에 의해 '피해자'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15일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자리에서 "피해 호소 직원 용어 문제는 우리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고, 조사 등 절차가 진행이 되는 시점에서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며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전에는 이런 말을 쓴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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