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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분업피로가 낳은 인구학적 신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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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분업피로가 낳은 인구학적 신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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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상수(常數)다. 고정되지 않고 늘 움직여 인과 관계를 속시원히 매칭하기 어렵다. 저출산의 원인을 한마디로 꼬집는 게 힘든 이유다. 다양한 인자와 맞물려 상호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인 변화를 완성한다. 그럼에도 영향력은 방대하다. 생활 전반에 걸쳐 가랑비에 옷 젖듯 의사결정을 지배한다. 미래 사회의 방향ㆍ감도를 아우르는 벡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인구 변화의 과정·구조 분석은 복잡한 연결 고리의 상존ㆍ기능을 토대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동태·순환적인 접근법이 권유된다.


영향 변수가 워낙 많아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Cetris Paribus)는 경제학의 전제는 먹혀들기 어렵다. 단정보다는 추정이 안전하고 또 유효하다. 인구 변화가 낳을 새로운 고객 욕구만 해도 명확한 정답은 없다. '인구 변화→고객 변화→시장 변화→사업 변화'의 흐름엔 수많은 고려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조심스러운 추정과 다종다양의 실험은 필요하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 중 인구 변화와 무관한 건 없다. 많든 적든 연결되고 설명된다. 이때 우선순위는 미시분석보단 거시접근에 있다.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의 거대 변화야말로 예외 없이 인구 변화발 고객ㆍ시장ㆍ사업 변화를 포괄한다.

AI·IoT 등 고도분업 확장세 심화
인간성 제거, 다기능성 창조성 도태

인구는 경제의 핵심 변수다. 생산ㆍ소비 주체니 당연지사다. 자본주의 경제학은 인구 증감에 많은 해석을 해왔다. 토머스 맬서스ㆍ존 스튜어트 밀처럼 인구증가를 불황ㆍ위기로 본 사람이 있는 반면 아담 스미스ㆍ존 매이너드 케인스는 국력ㆍ후생 증대의 토대로 본다. 어쨌든 인구 증가가 경제 성장을 일궈낸 건 맞다. 부작용도 많지만 양적 확대에 기여했다. 여기엔 생산 방식인 분업 체계가 한몫했다. 분업 개념이 자본주의를 완성했다. 완전 경쟁·사유 재산이 설계했다면 분업 실현·한계 효용이 채색하며 자본주의의 완성도를 높였다. 분업이 인구 증가에 맞춰 고도로 분해되며 생산성을 끌어올린 셈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분업은 심화된다. 일거리는 쪼개져 범용 인재보단 특정숙련이 대접받는다. 업무 환경도 일상생활도 분업이 대세다. 특화ㆍ전문성 없는 몸값 협상은 불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은 이를 부추긴다. 산업 전체의 고도ㆍ정밀화로 상상 너머의 혁명적 패러다임 재편이 예상된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 등이 기존 산업을 초연결ㆍ초지능화해 분업의 신질서를 주도한다. 과거 3차례의 산업혁명보다 더 넓게(Scope), 더 빨리(Velocity), 더 크게(Impact) 영향을 끼친다. 제레미 리프킨이 말한 '한계 비용 제로 사회'의 출현으로 성장 지향의 자본 속성은 21세기형 고도 분업을 가속화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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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사람'을 재검토한다. 생산·소비 질서를 '노동 중심→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기에 분업은 심화될 수 있다. 생산 현장에선 고전적인 노동 투입은 줄어든다. 단순 노동은 기계로 대체된다. 일자리의 실종경고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가 반가울까. 고용만큼 노동이 줄면 좋지 않을까. 쉽지 않은 논란거리다. 양보다 중요한 건 질이요, 숫자보다 결정적인 건 내용이다. 향후 사람 특유의 감각·체온이 필요한 서비스 부문을 빼면 일자리는 감소한다. 아니면 분업화된 전문 역할만 생존한다. 24시간 일하는 기계와 경쟁하자면 세분화된 고도 분업은 대세다. 한 명이 다하는 전인시대는 지나갔다. 고부가가치형 창의 인재도 필요하나 수요는 제한된다. 요컨대 고도 분업의 시대 개막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거의 모든 것의 분업은 확실시된다. 분업 가치의 강화 추세다. 저비용ㆍ고효율의 분업 가성비가 굳건해서다. 원래 분업 체계는 인구 변화와 밀접하다. 인구 증가ㆍ경제 성장이 호순환하며 분업 시스템을 강화·발전시켰다. 단순·반복 작업으로 단위당 생산성을 높여 고용 확보·수요 증대를 실현해냈다. '인구 증가→수요 확대→분업 확산→고용 증가→생산 증대→고도 성장'의 흐름이다. 늘어난 인구를 먹여살리는 데 분업은 주요 역할을 했다. 물론 부작용도 낳았다. 기계의 부속ㆍ파편처럼 특정 공정ㆍ작업만 반복해 인간성을 제거했다. 인간이 빠진 노동의 무한 반복은 숙련도는 높여도 다기능적 창조성은 도태시킨다. 그럼에도 분업은 미래 대세다. 검증된 분업 파워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분업은 산업 현장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다. 대표적인 게 가족 역할ㆍ세대 부조의 분업 체계다. 요약해 가족 역할의 분업 구조다. 성·연령별로 역할을 분업해 가정 경제를 도모해왔다. '가족 역할=분업 구조'의 정착이다. 더는 아니다. 가족 구성의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에 따른 분업 시스템의 거부ㆍ포기 조류다. 후속 세대면 응당 따라야 할 인생 경로인데도 적극적으로 저항ㆍ반발한다. '고성장→저성장'이 가족 분업의 설명력을 훼손시켰다. '대학→취업→결혼→출산→승진'으로 연결되는 라이프 사이클의 붕괴다. 후속 세대의 대안 모델에 가족은 설 자리가 별로 없다. 결혼해도 출산은 별개다. 나름의 행복 추구가 역할 분업보다 먼저다. 이로써 가족 분업은 희박해진다.

분업과 산업 넘어 사회전반으로 확대
'가족역할=분업구조'시스템 포기
하지만 혼자서는 모든 걸 처리 불가
분업반발에 '대행수요'신시장 출현
신고객 욕구변화 정밀진단이 중요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 태어난 김에 사는 게 아니라 기쁘게 즐기자면 전략이 필수다. 회사에선 파편화된 분업 세포이고 집에선 분업 대상조차 없지만,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후속 세대만이 아니다. 나홀로 단신 거주·싱글 세대면 누구든 해당되는 고민거리다. 즉 분업 포기를 커버해줄 새로운 생활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분업에 맞선 대안 모색이다. 절대 다수의 달라진 신고객은 분업 체계의 피로·반발을 대체해줄 새로운 욕구 발현자로 압축된다. 하고 싶고, 해야 하나 혼자서 못하거나 나홀로 힘들면 유력한 사업 모델로 위치할 수밖에 없다. 분업 반발이 낳은 신시장의 출현이다. 분업화된 개인의 생활 수요를 대신해줄 '대행시장'이 대표적이다. 대신 혹은 함께 해줄 뭔가의 필요다.


신시장은 신고객이 대전제다. 인구가 달라졌는데 시장이 같을 수는 없다. 인구(=고객) 규모는 물론 성향까지 달라지는 격변기일수록 시장 재편은 당연하다. 관건은 신시장을 주도할 인구 변화의 정밀 진단이다. 관련해선 분업 심화에서 비롯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분석이 중요하다. 경제력·가치관 등 신고객의 욕구 변화야말로 개별 소비와 직결돼서다. 달라진 인생 모델도 신소비의 이모저모에 흔적을 남긴다. 역시 '분업 인생'이라는 막강한 트렌드로 정리된다.


분업 때문에 혹은 덕분에 만들어질 새로운 욕구 지점은 많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분업 시대의 개막 신호는 대행 수요라는 신시장의 신장개업을 뜻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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