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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혼돈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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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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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나의 언어의 한계는 곧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현대 서양철학의 슈퍼스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 한 말이다. 그에게는 장구한 세월의 철학 논쟁이 결국 언어의 문제로 비쳐졌다.

우리의 생각이 결국 언어의 구조 안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아름답다'는 언어가 떠오른 것과 같다는 의미다. 생각 이전에 언어다.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라면, 생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이름 붙여지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결국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진리나 선(善) 같은 형이상학의 영역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인데도, 철학자들이 뛰어들어 혼돈을 가져왔다고 봤다. 칸트 역시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말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언어는 무엇보다 엄정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개념을 다르게 칭하거나, 다른 개념을 하나의 언어로 부른다면 이 역시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무수히 다양하게 사용된다고 했다. 단순히 대상이나 사실을 표현할 뿐 아니라 여러 목적을 갖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심심해"라는 아이의 말은, 놀아달라는 목적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언어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언어가 제대로 사용될 때, 그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도 바르게 정돈된다.


2019년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회적 언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과 대상을 제대로 표현하는지, 화자의 맥락이나 목적은 무엇인지를 숙고해보지 않고서야 메스꺼울 정도로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생각을 움켜쥐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무기로서의 언어를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오로지 조롱과 비하만을 위한 언어조차 내뱉어진다. 언어는 곧 그 사람을 의미한다. 오로지 기억해 둘 뿐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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