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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부터 트럼프까지…" 美대통령 40명이 아낀 '브룩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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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201년 역사의 '아메리칸 클래식' 대명사 '브룩스 브라더스'
버튼다운 셔츠·랩 타이·논아이론 셔츠 등 패션 아이템 최초 개발
막스앤스펜서로 잃은 명성,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가 되찾아…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

"링컨부터 트럼프까지…" 美대통령 40명이 아낀 '브룩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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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이들은 모두 한 번 이상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의 옷을 즐겨 입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를 시작으로 현재 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까지 역대 45명의 미국 대통령 중 40명이 브룩스 브라더스의 옷을 입었고 그중 링컨, 케네디, 오바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때 브룩스 브라더스의 코트를 입고 참석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2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남성 의류 브랜드다. 1818년 헨리 샌드 브룩스(Henry Sands Brooks)가 "최상 품질의 상품만 만들고 다룬다. 이 최상의 상품을 공정한 이윤에 판매하며 우리의 이러한 가치관을 추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거래한다"라는 모토로 자신의 이름을 딴 'H. & D. H. Brooks & Co'라는 테일러숍을 차린 게 시초다. 1850년 엘리샤 다니엘 에드워드 존 등 아들 4명이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브룩스 형제들이 운영한다는 뜻으로 '브룩스 브라더스'로 사명이 변경됐다.

에이브리햄 링컨이 입은 브룩스 브라더스 코트 [출처-브룩스 브라더스]

에이브리햄 링컨이 입은 브룩스 브라더스 코트 [출처-브룩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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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과 브룩스 브라더스

1800년대만 해도 기성복이란 개념이 없어 일반적으로 정장은 모두 테일러숍에서 맞춰 입었다. 브룩스 브라더스도 마찬가지. 다만 고급 소재로 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대통령들의 정장을 만드는 여러 개 테일러숍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링컨 대통령은 유난히 브룩스 브라더스의 옷을 좋아했다. 실제로 1865년 링컨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도, 그로부터 2주 뒤 포드 극장에서 총탄에 맞아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브룩스 브라더스의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 코트 안감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하나의 국가, 하나의 운명(one country, one destiny)'이라는 문장이 적힌 깃발을 들고 있었다.

브룩스 브라더스 정장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랄프로렌 정장을 입은 멜라니아 [AP연합뉴스]

브룩스 브라더스 정장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랄프로렌 정장을 입은 멜라니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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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브룩스 브라더스의 옷은 곧 '링컨의 옷'이었고, 이는 미국 전체를 상징하는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입은 브룩스 브라더스 제품들은 모두 기성품이 아닌 재단 제품이긴 하지만 명품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는 서민들에 친숙한 브랜드의 옷을 대통령들이 즐겨 입는 것도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의 영부인들은 랄프 로렌(Ralph Lauren)을 입고 취임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랄프 로렌도 '아메리칸 클래식'의 상징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이기 때문. 흥미로운 건 이 브랜드를 설립한 창업주 랄프 로렌은 브룩스 브라더스의 최초 매장인 뉴욕 메디슨 애비뉴점에서 판매원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최초'라는 수식어

브룩스 브라더스는 200년의 역사만큼이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브랜드다. 1859년 브룩스 브라더스는 최초로 정장을 기성복화했다. 이때 패션 역사상 가장 많이 모방된 아이템으로 꼽히는 '버튼다운 셔츠(Button-down shirt)'가 출시됐다. 셔츠 칼라(Collar)의 깃 끝을 몸판에 단추로 여밀 수 있도록 만든 셔츠인데 설립자의 손자인 존 브룩스가 영국에서 폴로 대회를 보다가 선수들이 바람에 방해받지 않도록 단추를 달아 고정시킨 칼라 부분을 보고 만든 것이다. 이는 패션 역사상 가장 많이 모방된 아이템으로 꼽힌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버튼다운 셔츠 [출처-브룩스 브라더스]

브룩스 브라더스의 버튼다운 셔츠 [출처-브룩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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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출시된 '스트라이프 랩 타이(Stripe rep tie)'도 브룩스 브라더스의 작품이다. 영국군의 타이로 잘 알려져 있던 레지멘탈 타이를 토대로 만든 것으로 스트라이프 방향을 왼쪽에서 오른쪽 사선으로 내려가게끔 디자인을 해 모든 사람이 착용할 수 있도록 출시했다.

또 브룩스 브라더스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다림질이 필요 없는 '논 아이론(Non-Iron) 셔츠'는 100% 수피마 코튼을 사용해 구김이 잘 가지 않도록 만들었다. 세탁 후에 다림질하지 않아도 됨은 물론 셔츠를 착용할 때도 구김이 가지 않는다.

영국이 망친 브룩스 브라더스, 이탈리아가 살렸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대통령의 의복', '최초의 기성복'이라는 타이틀로 미국인들은 물론 글로벌 진출을 통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988년, 브룩스 브라더스의 소유권이 영국의 의류 브랜드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로 넘어가면서 170년의 역사와 명성에 흠집이 가기 시작했다.


막스앤스펜서는 브룩스 브라더스에 '바나나 리퍼블릭을 따라 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1978년 설립된 갭(Gap)의 자회사로 비즈니스 캐주얼룩을 이끈 브랜드로, 브룩스 브라더스의 대중화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요구한 막스앤스펜서도, 브룩스 브라더스의 디자이너들도 방향성만 잃을 뿐이었다. 당시 '바나나 브라더스'라는 비웃음 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심지어 브룩스 브라더스가 1850년부터 사용 중인 회사의 엠블럼인 '골든 플리스'를 폴로 셔츠에서 뺏다가 거래처의 요구로 다시 넣는 등 갈피를 잡지 못했다. 되레 품질이 나빠졌다며 브룩스 브라더스의 오랜 단골들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브룩스 브라더스는 적자의 길을 걸어야 했다. 경기까지 나빠졌고 막스앤스펜서는 실패를 인정하고 브룩스 브라더스를 2001년 매물로 내놨다. 여기에 관심을 보인건 이탈리아 안경테 제조사 룩소티카 그룹 창업주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의 여섯 번째 아들인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Claudio Del Vecchio)였다. 2002년 델 베키오는 2억2500만 달러(약 2700억원)라는 헐값에 브룩스 브라더스를 인수했다.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출처- 브룩스 브라더스]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출처- 브룩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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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브라더스를 인수하자마자 델 베키오는 다시 '아메리칸 클래식'에 집중했다. 막스앤스펜서가 망친 수백여 개 의류를 재정비했다. 디자인은 물론 저렴한 소재는 고급 소재로 변경했다. 2003년 브룩스 브라더스는 예전과 같은 품질에, 새로운 디자인의 옷들을 매장에 전시했고 단골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듬해 브룩스 브라더스는 흑자로 돌아섰다.


델 베키오는 브룩스 브라더스라는 유산을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브룩스 브라더스는 유산이다. 수백 년이 지난 후에도 좋은 브랜드로 남기 위해선 지금부터 잘 해야 한다. 내가 회사를 떠난 후에도 다음 세대가 망칠 수 없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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