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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서울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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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윗구멍 풀칠하려고 아랫구멍을 내줬다."


극단 신세계의 연극 '공주들'에서 주인공 김공주의 대사다. 김공주는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 격동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는 등 갖은 고초를 겪는다. 모진 삶을 살아 욕도 걸쭉하게 잘 한다. 공주들은 지난 1일 끝난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 열 편 중 하나였다. 2일 열린 폐막식에서 우수상과 인기상인 '관객훈장'을 받았다. 김공주를 연기한 배우 양정윤은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연극을 처음 본 것은 1997년이었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 연극을 보고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과제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대학로 극장을 경험하며 두 가지 충격을 받았다. 당시는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이 태동하면서 영화관 시설이 한창 좋아지고 있던 시기였다. 대학로 극장의 좌석은 욕이 나올 정도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두 번째는 눈으로 직접 본 배우들의 연기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배우들의 목소리는 깜짝 놀랄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소리에 압도되니 그들이 보여주는 동작도 비현실적 느낌을 줬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있는 듯 했고 눈앞에서 작은 기적을 보는 느낌이었다.


서울연극제 초청작들을 챙겨 보면서 1997년의 처음 연극을 봤을 때 기억이 떠오른 것은 김공주의 대사만큼 도발적이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연극이 많았기 때문이다. '댓글부대' '낙타상자' '대한민국 난투극' '단편소설집' 등은 몰입해서 본 연극이었고 '데모크라시'나 '벤트'는 어려운 연극이었지만 독특한 소재를 다룬 매력이 있었다. 데모크라시는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가 주인공으로 한 연극이고 벤트는 독일 나치 시절 유대인보다 더 심한 멸시를 받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서울연극협회 관계자는 올해 연극제 초청작들은 예년과 달리 고르게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고 했다. 초청작 모두가 나름의 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리라. 내년 더욱 풍성해질 서울연극제를 기대해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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