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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 살리는 심폐소생술, 나부터 배워야

최종수정 2019.05.31 11:30 기사입력 2019.05.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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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 살리는 심폐소생술, 나부터 배워야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약 2만3000명이다. 주요 사망 원인 3위에 해당하지만 생존 비율은 5%에 불과해 미국(17%)이나 유럽(9%)에 비해 크게 낮다.


심장박동 중지로 4분 동안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사가 진행되는데 사람들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초동대처가 늦어지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실제 심장마비 환자 발생 시 119에 신고하면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서울은 평균 7.4분이 소요된다. 환자의 약 65%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경우가 절반가량인 것을 보면 환자를 살리는 길은 신고 후 구조대가 올 때까지 가까이 있는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숙달돼있지 않으면 막상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허둥대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괜히 시도했다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그동안 심폐소생술 교육은 소방서에서 간헐적으로 하거나 민방위 교육장에서 실시해왔다. 이마저도 잠깐 교육을 받다 보니 실제 상황에서 거의 도움이 안 된다.


심폐소생술에 익숙해지려면 교육이 일상화돼야 한다.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상설 교육장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 노원구는 2012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심폐소생술 교육장을 구청 내에 마련했다. 심정지 환자 생존율이 세계 최고라는 일본 오사카시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은 못 하고 있는 현실에서 큰 결단이었다.

가장 먼저 교육을 담당할 전문 응급구조사 2명을 채용했다. 첨단 교육용 인형 장비도 갖추었다. 실습생의 환자 가슴 압박의 강도와 속도를 강사가 알 수 있도록 해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다. 또 119 신고 후 설명을 들으며 심폐소생술을 하면 더 효과가 좋지만 휴대폰을 들고는 할 수 없어 휴대폰 '한 뼘 통화' 방법도 평상시 익힐 수 있도록 교육 내용에 포함시켰다. 청각 장애인도 배울 수 있다. 영상을 수화로 제작해 구청과 보건소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어 언제든 찾아 볼 수 있다.


상설교육장 개설 7년째. 지난해까지 학생과 일반 주민, 교사, 경찰 등 약 22만명이 교육을 받았다.

직원들은 매년 의무적으로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덕분에 직원들의 심폐소생 응급처치로 목숨을 살린 사례가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휴가지 식당에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얼마 전에는 구청 자전거 동아리 라이딩 도중 심정지로 쓰러진 직원을 뒤따르던 회원들이 신속하게 응급 처치해 생명을 구했다. 당사자는 물론 한 가정을 지킨 셈이다.


현재 노원구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836대의 자동 심장 충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종합병원과 교육청, 소방서, 경찰서, 약사와 의사회, 동 주민센터와도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했다. 관할 노원경찰서와는 112 순찰차 26대에 자동 심장 충격기를 설치, 지역 내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순찰차가 출동,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도록 했다. 덕분에 지난해 버스 정류장에 쓰러진 남성을 경찰관이 응급 처치하고 병원에 후송해 유관 기관과의 협조 체계의 중요성을 실감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결과로 2017년 노원구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10.1%로 2012년 5.2%보다 2배가량 증가했고 전국 평균 8.7%보다 훨씬 높다. 장차 생존율을 12%로 끌어올려 '세계 최고의 심정지 환자 생존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준비는 매사를 이긴다'고 했다.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자신과 내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생명살림 심폐소생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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