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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대형마트][르포]"요즘 마트서 카트 안 끌어요"…장바구니에 필요한 2~3개만

최종수정 2019.05.24 11:15 기사입력 2019.05.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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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젊은층 마트 방문 급감
5060 세대가 대부분…이마저도 소량 구매만
온라인몰, 밤에 주문해도 아침에 배달…대형마트 위협

23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손님이 없어 한산한 상태다.

23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손님이 없어 한산한 상태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주변에 아파트 단지는 많은데, 매장에서 10~20대,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 보기가 어려워졌어요. 예전에는 가족 단위가 많이 찾아 구매 금액도 컸지만 요즘은 대부분 어르신들만 오셔서 딱 필요한 것만 사 갑니다."


이달 23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A 대형마트는 퇴근 시간임에도 매우 한산했다. 한 층에 대략 20여명 정도의 사람들만 매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핵심인 식품 코너에는 어느 정도 사람이 있었지만, 의류나 세제 등 생필품 매장은 아예 손님이 없었다. 직장인 하선영씨(27세ㆍ가명)는 "주변에 약속이 잡혀 있어서, 시간이 남아 둘러보는 중"이라며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마트보다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신규 출점 및 의무휴업 등 규제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라인 시장에 밀리면서 생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운 온라인 몰들에 대응하기 위해 매달 할인 프로모션과 초저가 전략으로 응수하고 있지만 이미 온라인소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생존위기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은 것에서 시작된다. 그나마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층 대다수가 장년이나 노년층이다. 이날 A마트를 찾은 손님도 거의 50~60대였다. '큰 손'으로 불리는 객단가 높은 30~40대 주부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응대할 손님이 없는 직원들은 한 두명씩 모여서 담소를 나누거나, 이미 진열된 물건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할 뿐이었다. 판촉사원 김명순씨(47세ㆍ가명)는 "평일에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주말이나 돼야 가족단위 쇼핑 고객들이 찾는다"며 열심히 지나가는 고객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고객들 대부분 잠시 눈길만 줄 뿐, 각자 제 갈 길을 갔다.


주부 최인순씨(36세ㆍ가명)는 "온라인몰을 이용하면 밤늦게 아이 이유식꺼리나 식재료를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배달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자주 찾지 않는다"면서 "집에만 있기 답답하고 필요한 물건을 크게 할인한다고 해서 겸사겸사 나와봤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각 도봉구에 위치한 B대형마트의 상황도 비슷했다. 예전같으면 퇴근시간에 떨이제품을 홍보하는 점원들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이제 황금시간대에도 손님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이 마트를 찾은 30~40명 정도 되는 고객들 대부분도 중년, 노인들이었다. 한 손에는 너나할 것 없이 마트에 비치된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한 때 대형마트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카트에 물건을 가득 싣고 다니는 젊은 부부들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카트를 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제품을 살 때도 소용량만 사거나 그날그날 먹을 것만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매대 정리를 위해 카트를 물건 옮기는 용도로 카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 50대 남성 고객은 양파 한 망을 사는 대신 냉장고 안에 보관된 두 개 들이 깐 양파를 장바구니 안에 넣었고, 60대 여성 고객은 계산을 마친 후 한 손에는 자체브랜드(PB) 우유를, 다른 한 손에는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돌아갔다.


마트 한 켠에는 대용량 식품이나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었지만, 찾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다. '덤' 상품도 통하지 않았다. 즉석조리 코너의 점원이 "족발을 사면 순대까지 얹어 주겠다"며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발길을 돌리는 이들은 없었다.


드문드문 젊은 고객이 눈에 띄었지만, 그들 역시 '큰손'은 아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한 30대 주부는 작은 바구니가 다 차자 곧바로 쇼핑을 멈췄다. 그의 바구니 속에는 아기에게 줄 과자와 우유, 치즈, 야채 조금과 고기 한 팩이 전부였다. 김인정씨(37세ㆍ가명)는 "아이와 공원에 놀러가는 길에 먹거리 사려고 들렀다"며 "아이의 분유와 기저귀는 특정 제품을 쓰는데,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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