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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연좌제' 연대보증에 신음하는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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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작년부터 폐지…민간금융기관은 여전
박영선 장관도 "금융업계, 연대보증 폐지 전향적 검토 필요"

'현대판 연좌제' 연대보증에 신음하는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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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경기에서 부품소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백영준(가명)씨는 자금이 필요해 은행을 찾았지만 담보를 요구해 연대보증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썼다. 은행에서 대표의 이름을 연대보증인에 쓰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백씨는 "10년 넘게 사업을 하고 남은 것은 빚과 병, 신용불량자인 나와 나만 바라보는 직원들 뿐인데 실패하면 정말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을 것 같아 두렵다"며 "금융권에서도 하루 빨리 연대보증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벤처회사를 창업했던 이형석(가명)씨는 민간은행으로부터 2억원의 대출을 받아 연대보증을 섰다. 2003년 거래업체가 부도를 맞으며 금융기관들이 신용도 하락을 이유로 신용대출을 회수하겠다며 통보해왔다. 이씨는 부동산 등 자산을 다 매각했지만 일부 대출을 갚지 못해 결국 회사가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그가 갖고 있던 집도 경매에 넘어갔고 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10여년 뒤 다시 창업에 나섰지만 연대보증에 또 발목이 잡혔다. 은행이 10년 넘은 연대보증 건에 대해 지급명령을 요구해 계좌가 압류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대판 연좌제'라는 연대보증이 여전히 중소벤처기업에 족쇄이자 주홍글씨가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책금융기관 신규 대출ㆍ보증에 대한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기존 대출ㆍ보증에도 적용했다. 기존 대출의 경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정책금융기관이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한 이후 연대보증 없이 이뤄지는 대출ㆍ보증액은 증가 추세다. 지난 3월까지 연대보증 없이 공급된 자금은 13조8000억원이다. 1분기 기준 면제 실적은 2조9000억원으로 창업기업(업력 7년 이내) 위주로만 시행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공급 실적이 174% 증가했다.


하지만 연대보증 폐지가 민간 금융기관까지 확산되지 않아 반쪽짜리 정책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와 경제단체, 기업의 건의가 계속돼왔지만 금융당국은 대출 손실률이 높아진다면서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00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줄 때 요구하는 조건으로는 부동산담보(49.2%)가 가장 많았다. 전년 41.2%에서 8.0%포인트 상승했다. 순수신용(35.2%→32.6%), 신용보증서(19.3%→15.1%)는 줄어든 반면에 연대보증(1.0%→1.8%)은 오히려 상승했다. 중소기업계는 "은행권이 가계대출 축소에 맞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며 영업을 확대하면서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는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했다.


작년 기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9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신규 대출의 1.8%인 6800억원이 연대보증으로 추정된다. 최복희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정책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중소기업보다 민간금융기관으로 대출을 받는 기업이 더 많다"며 "연대보증폐지가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민간까지 확대해서 보증에 대한 부담 없이 자금을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서울 중구 신한디지털캠퍼스에서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장과 정책금융 유관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원위원회에서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제도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당초 우려했던 정책금융기관의 소극 금융행정의 문제가 크지 않다"면서 "연대보증 폐지와 관련해 금융계 전체로의 확산을 위해 금융업계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민관의 협력과 경제의 핏줄인 자금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상생과 공존의 정신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창업기업, 성장기업을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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