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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었던 낙태약, 음지서 양지로…수술 건보 적용도 논의해야

최종수정 2019.04.12 11:18 기사입력 2019.04.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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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낙태약-수술…단계 따른 제도화 시급

-응급피임약, 전문약→일반약 전환 요구

-암암리 거래되던 낙태약 양지로?…유산유도제 도입도 논의 전망

-건강보험 적용, 진료거부권, 지정의료기관 등 사회적 논의 거쳐야할 과제 수두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헌법재판소가 합법적 인공임신중절(낙태) 시술의 물꼬를 트면서 다양한 낙태 방법에 대한 제도화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낙태 방법은 크게 약물요법과 수술법으로 나뉜다.


우선 성관계 후 72시간 내 의사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응급(사후)피임약이 있다. 이 약은 수정된 태아를 '낙태'시키는 게 아니라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해 임신을 막는 식으로 작용한다. 처방 건수는 2012년 13만8400건에서 2017년 17만830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2년 응급피임약 도입은 이후 전반적인 낙태 건수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있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응급피임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현재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서 약국 구입이 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논의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의미의 '낙태약'은 아직 국내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프진'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유산유도제 '미페프리스톤 제제'는 임신 초기인 7~8주까지 복용한다. 임신을 유지하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중지시킨다. 여기에 자궁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 제제와 함께 복용해 유산을 유도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이 약을 필수의약품에 등록했으며 전 세계 67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WHO는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낙태 방법으로 수술보다는 이런 약물 사용법을 권고한다. 비용이 저렴한 데다 성공률도 90~98%로 높아서다.


낙태 자체가 금지돼 온 우리나라에서는 이 약을 팔거나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다만 현실에선 온라인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유산유도제 불법 판매 사이트 단속 건수는 2015년 12건에서 2016년 193건, 2017년 1144건, 2018년 219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유산유도제를 온라인 등에서 불법으로 구매하거나 자궁수축을 유발하는 위궤양 치료제 등을 처방받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낙태죄 폐지에 따라 유산유도제 도입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유산유도제는 늦은 임신 주수에 사용할 경우 출혈·쇼크 등 위험이 있다"면서 "의료기관 내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도입하는 방안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유산유도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정식 수입·품목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인공임신중절술, 이른바 낙태 수술은 보통 임신 4주부터 시행된다. 4~5주에는 비교적 간단한 자궁 내 흡입술을, 6주부터는 자궁 내막을 긁어내는 소파술을 한다. 16주부터는 유도분만이 이뤄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낙태(95.3%)가 임신 12주 이내 이뤄졌다. 유산유도제가 도입되면 낙태 수술 중 상당수는 약물요법으로 전환될 것이라 볼 수 있다.


낙태 수술이나 유산유도제 사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인지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모자보건법에서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경우 수술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11만5880원(8~11주)이나 그 외 경우는 불법인 만큼 정해진 금액이 없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30만~50만원이 41.7%로 가장 많았고 50만~100만원 32.1%, 30만원 미만 9.9%로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낙태수술에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특히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들의 자의적 낙태 수술을 조장하는 셈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밖에 개인 신념에 따른 의사의 진료거부권 인정 여부, 낙태 가능한 의료기관을 별도로 지정할 지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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