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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노인빈곤 완화 정책부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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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에서 시작됐던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둘러싼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는 몇 해 전 반대 여론에 밀려 사라졌다가 올해 초 차례상 위로 다시 올라왔다. 게다가 이번엔 주무 부처 책임자로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으니 예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국내에서 노인 연령 기준 조정 요구가 나온 것은 지하철 65세 이상 무임승차 때문에 시작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에게 돌아가는 감면 혜택이 2016년에만 5600여억원에 달했던 것이 2022년에는 9000억원을 넘어서 이로 인한 지하철 운영 적자가 심각할 것이라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결국 논란의 시작은 돈이었고 이를 쓰는 사람이었다. 한편에서 보면 전철을 공짜로 이용하는 노인의 숫자가 해가 갈수록 많아지니 당연히 들어가는 비용도 많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고 해결 방안은 오직 하나, 혜택 받는 노인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던 셈이다.

해마다 거듭되는 심각한 저출산ㆍ고령화로 의료ㆍ연금 등 노인에게 들어가는 비용 또한 급증하고 이에 따라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점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노인의 숫자를 줄여만 가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 될 것인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생물학적으로 65세 이상 일정 수준의 노화를 경험한 사람이 노인이라 불린 것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50세도 채 되지 못했던 1884년,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노령연금의 수급 자격요건으로 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노인의 연령기준이 65세가 됐던 이유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평균 수명)과 사회 정책적 특성(연금지급) 모두가 반영됐던 것이고, 이는 인간의 노화와 이에 따른 노후 소득보장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인간이 건강하게, 더 오래 생존하게 됨에 따라 노인에 대한 기준과 정의도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


문제는 연령기준의 상향 반영에는 생물학적 변화 못지 않게 우리 사회의 사회 정책적 변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노화에 따른 사회로부터의 은퇴 시점이다. 우리 사회의 평균 은퇴연령은 50대 초중반, 이후 평균 수명인 80세 이상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사람의 숫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봐도 은퇴시점부터 공적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까지 약 10년 이상의 '소득 절벽기'가 존재한다. 70세로 노인 기준연령이 상향되면 소득 절벽기는 15년을 훌쩍 넘게 된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높이 올라 간 지도 한두 해가 아니다. 노인 10명 가운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조차 부족한 절대적 빈곤상태의 노인이 3명 이상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섣부른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은 가뜩이나 부실한 공적 연금을 축소하고 노인빈곤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만 높일 수 있다. 노인 빈곤을 완화할 사회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고 난 후에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에 대한 연령 기준을 높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얘기하는 것이 순서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들의 소득이 그렇지는 않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우리 사회 노인들의 삶을 한 번 더 살펴보려 애쓰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새해 첫날 아침이다.  


김신열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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