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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복지정책의 기본,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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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옥스퍼드 대학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달로 미국 일자리의 47%가 향후 20년 내에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 경제자문회의는 시간당 20달러 미만의 근로자들이 앞으로 20년 동안 로봇에 일자리를 내줄 가능성을 83%라고 예상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고 있으며 일자리를 잃는 대다수와 그렇지 않은 소수로 양분돼 노동시장의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하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됐다.


기본소득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재산이나 소득, 노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을 의미한다. 선별적 복지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와 같이 특정한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으로 보편적 복지다.


물론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고자 하는 기본소득의 취지 자체에는 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더욱 높은 로봇 등의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이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다. 금융, 군사, 행정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디지털화 및 자동화로 일자리는 줄고 있다. 곧 자동차의 운전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이제는 놀랍지 않다. 알파고를 통해 보았듯 이미 AI 기술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었고, 물리적으로도 인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변화를 예상하면서도 기본소득의 도입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으로 노동 의욕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결국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1970년대 캐나다에서 시행된 현금 지급 프로젝트 'Mincome'이나 유니세프(UNICEF)의 지원을 받아 인도에서 운영했던 기본소득 실험 결과 노동 의욕 저하는 나타나지 않았다. 캐나다의 경우 참여 집단의 범죄율이 낮아지고 경제 상황도 호전됐다. 즉 기본소득의 도입이 노동 의욕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경제 상황, 문화적 배경, 노동시장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기본소득의 도입에 있어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이다. 단순 계산으로 5000만 국민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간 30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2019년 정부 예산이 약 470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이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기 어렵다. 기본소득이 도입됐거나 도입에 적극적인 국가는 풍부한 자원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한 국가들이다. 1976년부터 기본소득제도를 실행한 알래스카는 석유 자원이 풍부해 그 가치를 나누고 있다. 기본소득의 도입에 적극적인 스위스, 네덜란드, 핀란드도 석유, 목재 등 자원이 풍부해 높은 수준의 복지 비용을 지출해온 북유럽 국가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ㆍ유아에게 지급하는 누리 과정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았던 만큼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조세 저항마저 심한 국가로 당장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기본소득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에는 사회도 많이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가처분소득이 줄면 경제 상황을 위축시킬 것이다. 소비를 하려면 소득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준비할 시기라 생각한다. 새로운 제도에는 언제나 저항과 거부가 존재한다. 변화는 느닷없이 찾아온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이상근 교수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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