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에 대한 지원이 성장 코스로
우리나라 연명지원과 차이
과감한 사업재편도 큰 성과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일본 제조업이 잃어버린 20년을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일본 경제 부활에 대한 진단이다.
박 회장은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제조업 베이스로 성장했지만 일본은 중소기업에 대해 R&D를 중요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연명지원에 그친다"며 "성장률이 느려지기 시작하면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다시 살아가는 생태계가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은)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낙오되는 것을 버려둘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전체 정부 지원 중 R&D 분야가 90%대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0% 중반 대에 불과하다. 강소기업을 키워낼 수 있는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의 경우 2010년 152개 과제 8350억원의 예산에서 지난해 99개 과제 1127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일본은 1999년 산업활력법을 도입, 과잉 공급 분야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산업활력법은 기업이 신사업 진출,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할 경우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를 부여하는 법이다. 이 제도를 통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총 684건의 사업재편 지원이 이뤄졌다. 중소ㆍ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달했다. 사업 재편 후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70개 기업이 약 7만71건에 달하는 신규고용을 창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산업활력법을 벤치마킹해 2016년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구조조정을 승인받은 기업은 94곳에 달한다. 정부는 오는 8월로 일몰이 다가온 기업활력법을 2024년 8월까지 연장하고, 지원대상을 확대 추진키로 했다.
다만, 박 회장은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일본처럼 근로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확충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베 정부는 사회보장지출을 2012년 109조5000억엔에서 2025년 148조9000억엔으로 36%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에 34위에 그친다. 정부가 연명식 지원을 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박 회장은 "한계에 있는 기업들이 쓰러지면 이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는 동안 이 사람들이 다른 데로 전직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쓰러질 것 쓰러지고 새로 생길 것 생기는 생태계가 조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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