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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파초 일기―홀로 있는 청개구리가 아름답다/김성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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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집 식구 청와 보살 한 분 밤새 사라졌다가
한로가 지난 오늘 아침
마실 갔다 돌아오듯 다시 왔다
반가웠다 귀여운 손녀 같다
문구멍으로 살며시 들여다보니
백만 불짜리 가을 햇볕 데불고 젖은 몸 말리고 있다
뜨거운 심장 허공과 손잡고 있다
기적 같은 하루가 힘겹다

오, 홀로 있는 청와 보살이 아름답다

가슴이 뛴다
병 깊은 몸이다
기적 같은 하루가
나의 적이다.
[오후 한 詩]파초 일기―홀로 있는 청개구리가 아름답다/김성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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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에는 그 시를 비로소 시로 이끄는 문장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시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문장은 "병 깊은 몸이다"이다. 물론 "한로가 지난" "아침" 문득 마주한 청개구리는 시인이 직접 적어 놓았듯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는 대상이고 그런 만큼 한 편의 시를 이루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기적 같은 하루가" "힘겹다"라거나 "나의 적이다"라는 문장들이 셈해 둔 중층적 의미는 한동안 되새겨 읽고 여러 번 생각해 볼 만큼 그 폭과 깊이가 넓고 깊다. 그러나 "병 깊은 몸이다"라는 절박한 문장이 없었다면 이 시는 어쩌면 공소한 경탄이나 괜한 한탄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는 정말이지 말이나 생각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쓰는 게 아니다. 시는 도무지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태다. 그때 "기적"처럼 무엇인가가 뛰어든다. 청개구리든 나비든 당신이든 말이다. 시인은 '뛰는 가슴'으로 그 사건을 적는 사람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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