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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천관산 억새/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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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천관산 억새는 날개를 편다

너무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죄로
억새는
지상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벌을 받았다

[오후 한 詩]천관산 억새/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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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때때로 억지를 부린다. 꽃 한 송이 피는 것을 두고 우주가 개화하고 있다고 과장하거나 눈송이 하나에 세상의 모든 저녁이 담겨 있다고 생떼를 쓰기도 한다. 이 시도 그렇다. 천관산에 피어난 억새들을 커다란 새의 날개에 비유한 것이야 둘째 치더라도 억새가 "지상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죄"라고 적은 것은 아무래도 억측이다. 그러나 이러한 췌량은 얼마나 풍요롭고 아득한가. 사실 이 짧은 글에 함부로 끌어다 쓴 '억지'니 '과장'이니 '생떼'니 '억측'이니 하는 따위의 말들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시인이 천관산 억새를 보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 그 장려한 마음을 열없이 무시한 소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죄인 듯 여겨질 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장관 앞에서 전혀 발을 떼지 못하고 사로잡혀 있는 사람의 더할 수 없는 막막함을 도대체 이 시에 쓰인 문장들 외에 어떻게 정확히 전할 수 있단 말인가. 시는 이따금 세계를 문득 초과하는 방식으로 그것의 본질을 꿰뚫고 더불어 감싸 안는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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