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달 29일 설움받던 '자라니족'(자전거+고라니)들이 집단 시위에 나섰다. 자라니족이란 자동차 운전자들이 '여기저기서 툭 튀어 나와 안전을 위협한다"며 자전거 이용자들을 비하하는 말로, 열악한 한국의 자전거 인프라를 상징한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전날부터 발효된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법안 폐지를 촉구했다.
지난 5년간 사상자 수가 1만3000여명에 달하는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이라고 반발했다. 대부분 자전거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쓰이는 상황에서 굳이 매번 안전모를 써야 하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인프라는 최근 10여년 새 곳곳에 전용 도로가 생기는 등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행정안전부의 통계를 보면, 전국의 자전거 도로 노선 수 및 길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 기준 자전거 도로 총연장은 2만2315km에 달해 2009년 대비 약 96% 늘었다. 전체 자전거도로 연장 중 자전거전용도로는 14.33%,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75.74%, 자전거전용차로는 4.01%, 자전거우선도로는 5.92% 를 차지하고 있음.
구체적으로 자전거 도로는 2015년 1만1169개 노선 2만789km에서 지난해 1만3337개 노선 2만2315km로 증가했다. 종류 별로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977개 노선 2971km에서 1291개 노선 3198km로 늘었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도 9545개 노선 1만5833km에서 1만1156개 노선 1만6901km로 증가했다. 자전거 전용차로 숫자는 313개 792km에서 392개 노선 892km로, 자전거 우선 도로는 334개 노선 1193km에서 498개 노선 1321km로 각각 늘었다.
최근 박원순 시장의 녹색교통 정책에 힘입어 대폭 확충되고 있는 서울 도심 자전거 도로들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를 대폭 확충해 올해 초 세종대로 사거리~종로6가까지 2.6km 구간의 자전거도로를 개통했고, 2019년까지 광화문에서 여의도와 강남을 자전거도로로 잇는다. 그러나 기존 차량 통행 위주의 차선 구조ㆍ신호 체계, 운전자들의 교통 문화 등이 겹치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엔 아직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레일이 지난달 1일부터 승객 민원과 안전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경의중앙선과 경춘선의 평일 자전거 휴대를 전면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자전거족들의 불만이 높다. 시내에서 자전거를 마음대로 못타니 휴일에 교외로 나가서 타려고 하는 데 그것마저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한 자전거 동호인은 "안 그래도 자전거 동호인들은 대부분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쓰고 있다. 집 앞 슈퍼에 다니거나 놀이터에 가는 동네 라이더들이나 안전모를 안 쓴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면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전용 도로나 시설물, 제도를 개선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영열 자전거 문화공간 '약속의 자전거' 대표도 최근 아시아경제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전모 의무화의 경우 자전거 인프라 조성이라는 정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코레일의 평일 자전거 휴대 금지와 맞물려 자전거 타기 활성화 정책이 역행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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