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대화·이견 재확인 남긴 폼페이오의 중국 방문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8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악화된 미중 관계의 회복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시아 순방 기간 일본, 한국, 북한의 모든 최고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중국에서는 유일하게 시진핑 주석과 만나지 못했다. 카운터파트와의 회동에서는 냉랭한 대화가 이어졌고 근본적으로 다른 이견만 재확인했다.

8일 폼페이오 장관은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겸 외교부장과 만나 북핵 이슈와 미중 무역마찰 문제를 논의했다. 양국간 이견차를 반영하듯 냉랭한 대화가 이어졌다.

왕 국무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 북핵 이슈를 논의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국제적 책임을 지고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종류의 협력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양자관계가 필요하다"며 "나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이 이 목표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왕 국무위원의 이러한 발언은 지금과 같은 냉랭한 미중 관계에서는 소통과 협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중국측의 노골적인 불만도 이어졌다. 왕 국무위원은 "최근 미국은 끊임없이 중미 무역마찰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대만 문제 등에 관해서 중국 권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폼페이오 장관을 자극했다. 또 "미국은 중국 안팎 정책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양자 간 상호신뢰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중미 관계의 전망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양국민의 이익에도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미국과 중국이 매우 많은 문제에서 명확한 분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중국의 발전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봉쇄할 생각도 없고,전면적으로 중국을 억제하려는 정책도 펴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세계 양대 경제체이자 힘이 가장 센 국가로서 세계 평화와번영을 위해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쌍방은 반드시 소통 강화, 신뢰 증진의 기초 위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왕 국무위원과의 회담이 끝나고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도 만났지만 분위기와 서로 나눈 대화의 내용은 비슷했다.

양 정치국원 역시 폼페이오 장관에게 중미관계가 중요한 국면에 놓여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주는 행동을 멈추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당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중국 방문 기간 북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겠지만 현재 무역, 군사 등 각 분야에서 미중간 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화의 기회가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중은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도 갈등을 보이는 등 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가운데 나왔다. 최근 중국 함정이 남중국해에서 미국 구축함에 40ｍ까지 접근하며 충돌 직전에 이를 정도의 일촉즉발 상황도 연출하는가 하면 중국 국방부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었던 양국간 연례 외교, 안보 대화도 연기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