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누른 광주, 올해 광역시 집값 상승률 1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올해 들어 지방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광주 집값은 유독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보다 집값이 많이 올라 규제 회피 목적의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3.2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6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 폭일 뿐 아니라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값 오름세(2.89%)보다도 많이 뛴 것이다.

올해 6대 광역시 아파트값은 0.97% 하락했다. 울산(-8.26%)과 부산(-3.26%)·인천(-0.67%)의 하락세가 컸던 탓이다. 광주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인 수성구가 자리하고 있는 대구(2.23%)보다 올해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광주 아파트값 오름세를 이끈 곳은 광산구로 올해 6.40% 급등했다. 서울(7.03%)과 맞먹는 상승 폭이다. 남구(5.44%)와 서구(4.97%)도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주에는 광주 남구와 광산구 아파트값이 각각 0.84%, 0.60% 뛰며 나란히 전국 1·2위를 기록했다. 남구의 경우 감정원이 주간 아파트값 시황을 공표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이 같은 급등세는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봉선동 내 인기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오름세가 인근 단지로 확산되는 영향이다. 광주의 대표적인 부촌인 봉선동은 주변에 산이 자리해 주택 공급 물량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신축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집값이 올해 가파르게 올랐다. 이런 오름세가 주변 재건축 기대 단지의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광산구 역시 부촌인 수완지구의 상승세가 인근 지역으로 전이되며 오름 폭을 키우고 있다.

광주 주택시장에 특별히 부각되는 호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면서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는 광주에 외부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8·27 부동산 대책에서 광주 광산·남구를 집값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언급했지만 여전히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다. 9·13 대책에서도 규제의 칼날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국한돼 투자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광주 남구 봉산동은 서울로 치면 강남구 대치동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인기 있는 아파트들이 수요가 많이 몰리면서 최근에는 호가가 바로 실거래가로 연결되며 기존 최고가를 경신하는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광산구 수완지구도 부촌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으로 일부 지역이 가격 급등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광주 집값 급등이 내부 실수요가 몰린 영향인지 외부 투자 수요가 작용한 것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외부 요인보다는 내부적인 수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